靑, 전방위 검찰칼날에 침묵… 與일각 “檢개혁 물건너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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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 맞물려 검찰이 전방위적인 수사로 막강한 힘을 재확인하면서 여권 일각에선 “검찰 개혁은 끝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혁 1순위로 꼽히던 검찰이 청와대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칼날을 겨누면서다. 반면 청와대가 철저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들어가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 검찰 전방위 수사에 술렁이는 정치권

여야 정치권은 주말 내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술렁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며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정원 특활비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에게도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여권 내부도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특활비가 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 관례적으로 전달된 측면이 있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선 “검찰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정치권에 대한 동시다발 수사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각에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꼽힌 검찰이 적폐청산의 선봉장으로 나서면서 청와대의 검찰 개혁 의지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적폐청산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에 집중된 힘을 분산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 靑 “검찰 개혁 내년부터 본격화”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검찰을 그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이 하늘처럼 무겁다”며 공수처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위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국회와 법무부에 따르면 공수처 관련 법안은 21일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청와대가 경찰의 인권 보호 기능 강화를 전제로 내건 만큼 경찰 인사 등 조직 정비가 완료된 뒤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은 관련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野 “법무부 특활비 조사”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를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회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규명하겠다. 책임자를 색출하여 엄중 처벌하고 만약 여의치 않는다면 국정조사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의 충견이 돼 댓글 수사만 하는 소위 댓글 하명수사 전문 정치 검사들만이 검사들의 전부인 양 설치는 지금 검찰이 참으로 보기 안쓰럽다”고 썼다. 이어 “검찰로부터 매년 100억여 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았다는 법무부도 같이 처벌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검찰청은 예산권이 없어 법무부 예산 중 일부를 검찰국에서 대검찰청에 내려 보내는 구조다. 특활비도 법무부 특활비를 일부 검찰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예산을 법무부로 상납한다는 표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사업비 중 일부를 법무부 검찰국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예산으로 편성할 수 있는 돈을 굳이 특활비로 편성해 불투명하게 쓰냐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특활비도 결국 누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오해가 없도록 특활비가 꼭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박훈상·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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