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숨진 딸 친구에 어떻게 용서 구할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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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살해 이영학 1심 첫 공판, ‘용서 구한다… 죄 갚겠다’ 반성문
딸 증인 채택되자 울음 터뜨려… “무기징역만은 면해달라” 호소

“피해자는 사망했는데 어떻게 용서를 구하고 죄를 갚는다는 거죠?”

17일 오전 11시 서울북부지법 702호 법정. 형사합의11부 이성호 부장판사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의 반성문을 읽다가 되물었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 죄를 꼭 갚으며 살겠다’는 대목에서다. 이영학은 “어떻게든…”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날 첫 공판에 연두색 수의 차림의 이영학은 절뚝거리며 등장했다. 검거 당시보다 수척해 보였다. 피고인석에 선 이영학은 고개를 푹 숙였다. 손에는 세로로 접은 하얀색 종이 2장이 들려 있었다. 변호인 조언에 따라 발언 기회가 주어지면 읽을 수 있게 미리 쓴 글이다. 그러나 재판 끝까지 이영학이 이 글을 읽을 기회는 없었다.

이영학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아내 최모 씨(32)가 숨진 뒤 최 씨를 대신할 목적으로 딸의 친구인 김모 양(14)을 유인, 성추행했고 살해해 시체를 유기한 혐의다.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렇다”고 큰 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가 없는 우발 범행이라는 점,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았고 다량의 약물 복용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딸’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흐느꼈다. 재판부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 ‘딸을 위해서라도 아내 제사를 지내고 싶으니 무기징역만은 면해 달라’고 썼다. 주로 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말하자 “1분 1초라도 (출소해 딸을 볼 수 있다는) 목표 없이 살기 싫다”고 대답하며 눈가를 훔쳤다. 이영학은 변호인 접견 때도 주로 딸 걱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재판부가 자신의 딸을 증인으로 채택하자 이영학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변호인이 고개를 돌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살필 정도였다. 이영학은 “딸을 여기(법정)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 죄는 제가 다 받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영학 딸 조사를 이달 안에 끝내고 병합 기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12월 8일 열린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영학#공판#어금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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