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을 수도 있는 ‘추락’ 여객기에서 “나와 결혼해줄래?” 감동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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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23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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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와 캐시. 사진=크리스 진스 페이스북
크리스와 캐시. 사진=크리스 진스 페이스북
지난 16일 호주에서 출발한 인도네시아 발리 행 에어아시아 여객기 QZ535편이 이륙한 지 25분 만에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내 압력이 떨어진 비행기는 기압을 맞추기 위해 상공 9.7km에서 약 6km를 급강하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무원 포함 151명이 타고 있었다.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천장에서는 산소마스크가 내려왔고 경보음도 울렸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긴급상황”이라고 소리를 쳤다.

22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런던의 변호사 크리스 진스와 호주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여자친구 캐시 킨첼라도 이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발리에서 함께 낭만적인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다.

크리스는 이 순간이 자기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위에는 공포에 떨며 가족이 받을 수 있기만을 바라며 문자를 보내는 승객도 있었다. 크리스는 여자친구를 향해 말했다. “나와 결혼해줄래?”


캐시는 이를 승낙했다. 당초 크리스는 발리에 도착한 뒤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는 비상상황에 생기자 예정보다 빨리 프러포즈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는 곧 안정을 되찾아 별다른 피해 없이 호주 퍼스로 회항했다. 에어아시아 측은 사고에 대해 승객들에게 사과하고 해당 기체가 기술적 문제를 겪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객실의 기압을 일정히 유지시키는 여압(與壓) 장치 이상으로 추측된다. 지상에서 높이 뜬 비행기는 객실의 기압을 지상에 가까운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여압 장치를 작동시키는데, 이 장치가 고장나며 기내 압력 유지를 위해 급강하했다는 것.

크리스와 캐시는 무사히 착륙한 뒤 지상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한다. 생사를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의 프러포즈는 결과적으로 두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다. 둘의 사연은 언론보도를 통해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줬다.

하지만 같은 기내에 있던 승객 대부분은 당시를 떠올리며 공포를 호소했다.

에어아시아 측 사과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은 항공사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승객은 “‘긴급상황, 충돌에 대비한 자세를 해 달라’는 말이 전부였다. 5분 동안 아무 것도 없었고 이후 산소(마스크)가 내려왔다”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승무원들은 “긴급상황”이라고 소리를 질렀을 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도 없었다. 승무원들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승객들은 더 공포에 질려 혼란스러워 했다고 한다. 또 한 승객은 “우리는 승무원들이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6월에도 에어아시아 소속 발리 행 항공기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퍼스로 회항하는 사고가 있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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