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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때 ‘천성산 터널’ 갈등 겪고 ‘시민참여 공론화위’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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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때 ‘천성산 터널’ 갈등 겪고 ‘시민참여 공론화위’ 구상

한상준 기자 입력 2017-10-23 03:00수정 2017-10-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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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탈원전 계속 추진”]文대통령, 신고리 공론화위 직접 제안 “지금까지 원전 정책은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져 왔다. 이번 공론화 과정은 원전 정책의 주인도 우리 국민임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결정 이후 내놓은 첫 번째 메시지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청와대는 공론화위가 대표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앞으로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론화위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됐다.

○ 文, 공론화의 시작은 ‘천성산 터널’


“제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문제를 맡았었는데….”

6월 초, 부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앞두고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같이 운을 뗐다. 6월 19일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 방침을 어느 정도까지 밝힐 것인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청와대 안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시점이었다.

이미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가 상당히 진척돼 매몰 비용이 크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천성산 터널 건설 여부를 두고 정부 주도로 찬반 전문가들을 모아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끝날 때까지 (찬반 의견이) ‘5 대 5’였다”며 “정부가 개입하면 갈등 봉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신고리 건설 중단 여부는 전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위원회 형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론화위 구성만 맡을 뿐 공론화위에는 정부·정치권 인사들이 관여하지 않고, 공론화위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른다는 세부 내용도 문 대통령은 이미 구상하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으로 일하면서 굵직한 갈등 사안의 공론화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특히 2003년부터 2004년까지 경남 천성산을 지나는 고속철도 터널 공사에 반대해 단식을 벌였던 지율 스님을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011년에 펴낸 ‘문재인의 운명’에서도 ‘사회적 갈등관리’라는 제목의 장(章)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전시작전통제권 회수, 용산미군기지 평택 이전, 사패산 및 천성산 터널을 대표적인 갈등 국책사업으로 꼽으면서 “정부가 정책에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반대 의견이 있으면 귀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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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론화위 확대’ 선 놓고 고심하는 靑

문 대통령은 이날 “갈수록 빈발하는 대형 갈등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절실하다”며 “이번 공론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갈등 현안들을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공론화 모델을 제도화하고, 향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론 과정을 제도화하는 업무는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를 담당하는 사회혁신수석실은 이번 정부에서 신설됐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맡았던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이에 따라 공론화 모델의 제도화는 하 수석이 맡고, 어떤 사안을 공론화에 부치고 세부 절차를 어떻게 밟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김수현 사회수석이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모든 갈등 사안을 공론화에 부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가 갈등의 당사자가 되는 것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향후 어떤 갈등 사항이 공론화위의 두 번째 대상이 될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극도로 신중한 반응이다.

이는 “정책 결정과 책임이 있는 정부가 모든 것을 공론화에 넘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각종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도 공론화 논의를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며 “공론화의 과정이 또 다른 민원 창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좋은 취지로 구상한 공론화 모델이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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