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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효 “노동 입법, 정부가 욕먹을 각오하고 일관성 있게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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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효 “노동 입법, 정부가 욕먹을 각오하고 일관성 있게 결정해야”

유성열기자 입력 2017-10-19 03:00수정 2017-1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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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효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올해 8월 정년퇴임한 하경효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1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노동 입법의 방향과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 교수는 “정부가 너무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비난과 욕을 먹더라도 책임감 있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내 노동법학계에는 두 학파가 있다. 토종 서울대 박사의 ‘서울학파’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독일에서 유학한 ‘고려학파’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서울학파는 노동법 자체에 대한 해석을 중시하며 국내 노동운동의 이론적 틀을 제공해왔다. 반면 고려학파는 민법과 노사자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독일법의 영향을 받아 합리적 노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경효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65)는 고려학파의 ‘대부’로 꼽히는 국내 최고의 노동법학자다. 노동법의 올바른 해석은 물론이고 노동법의 권위를 높이는 데 평생을 헌신한 하 교수는 올해 8월 27년간의 교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하 교수를 1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났다. 평소 대외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하 교수는 언론 인터뷰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다.

―노동법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대학을 졸업할 때쯤 당시 노동법과 민법을 강의한 김형배 선생(현 고려대 명예교수)께 매료돼 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간사를 하면서 앞으로 노동이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4차 산업혁명에 맞게 노동법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953년 제정된 노동법은 과거에는 지켜질 수 없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률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민주화와 함께 노동법이 발전했고 현재 내용 자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다. 다만 제조업과 공장 근로자 중심 모델이어서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상응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하지만 노동법은 바꾸기가 굉장히 힘들다.


“맞다. 개헌 못지않게 어려운 게 노동법 개정이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정치적 부담 때문에 노동법은 별로 손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5년 단임 정부이다 보니 모험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 노사 양측으로부터 모두 환영받는 법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입법도 몇 년째 못 하고 있는데….

“임금체계가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노사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근로기준법은 야간, 휴일근로 할증률을 50%로 규정해놨는데, 이렇게 규정한 나라는 거의 없다. 하지만 법은 지켜야 하니 통상임금은 낮추고 각종 수당을 마구 신설했다. 노조도 그런 방법에 동의해왔다. 특히 정부의 행정해석과 판례도 일관되지 않다 보니 혼란이 더 커졌다. 정부와 국회, 전문가는 물론이고 노사 당사자까지 모두의 책임이다.”

―노동 개혁이나 노동 입법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어느 한쪽의 비난과 욕을 먹더라도 공정한 제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나가야 한다. 그동안은 현안 해결에 급급하다 보니 주고받기식 단체교섭으로 입법을 해왔다. 이제는 국가가 노사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도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의 임무다. 당장의 평가보다는 후일의 평가가 중요하다. 일단 노사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논의하고 그걸 토대로 전문가그룹이 합리적 대안을 내놓으면 국가가 확고한 태도와 책임, 소명의식을 가지고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한 뒤 나가야 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명령을 두고 파장이 크다.

“정부의 판단과 결정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법성을 떠나 너무 성급하고 조급하게 판단해 결정한 것 같다. 과연 그게 최선이었을까? 프랜차이즈 계약과 제빵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지금까지의 계약 관행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고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협력업체의 존립 기반도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되지 않나.”

―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너무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는 제한하지 않고 기간만 2년으로 제한하니 불안한 건 맞다. 그렇다고 아예 반대로 가는 게 맞을까.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노조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노조가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노조가 근로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주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노조가 모든 걸 교섭하고 안 되면 쟁의행위로 가니 노동문제가 자꾸 형사문제로 번진다. 산별노조가 정착된 독일은 노조와 근로자대표의 분리가 잘돼 있다. 우리도 노사협의회를 법으로 보장하지만 유명무실하다. 경영자는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우려하고 노조는 노조 와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일정 부분 근로자의 경영권 참여를 보장하고, 노조도 역할을 나눠야 한다.”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

“근로자 보호 이념에 지나치게 치우치기보다는 노사의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절하는 체계로 노동법을 이해했으면 한다. 로스쿨이 되면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위축되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노동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후학이 많이 나와서 한국의 노사관계가 경쟁력 있게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하경효 고려대 명예교수 주요 약력 ::

1952년 경남 진주 출생
1971년 진주고 졸업
1971∼1984년 고려대 법대 학사 석사과정 졸업 및 박사과정 수료
1984∼1989년 독일 마인츠대 법학박사
1990∼2017년 고려대 법대 법학전문대 학원 조교수, 부교수, 교수
2004년∼현재 한국유럽법연구회장
2010∼2011년 고려대 법대 학장 겸 법학전문대학원장
2017년 8월 정년퇴임
#하경효#노동 입법#노동법#노동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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