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7일 만에 재판관 지명, 소장은 9개월 공석인 비정상 憲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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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공석인 헌법재판관에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주식거래 의혹 등으로 사퇴한 뒤 47일 만에 이뤄진 후속 인사다. 1월 31일 박한철 전임 소장 퇴임 이후 9명의 재판관을 다 채우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지속돼 온 8인 체제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 후보자는 법원 내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그간 여러 차례 헌법재판관 후보 물망에 올랐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새 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한 4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여서 ‘코드 인사’ 논란과 이에 따른 검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헌재 재판관 후보자는 지명됐지만 9개월 가까이 공석인 헌재소장 인선은 미뤄졌다. 더구나 지금은 청와대가 현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김 대행의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가겠다고 시사하면서 헌재 국정감사 파행에 이어 16일 헌법재판관들까지 새 헌재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진 뒤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헌재소장 겸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이런 논란을 해소할 수 있었다.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조규광 김용준 윤영철 이강국 등 다수의 헌재소장이 이 방식으로 지명됐다.

김 대행을 비롯해 헌재의 선임인 강일원 김창종 안창호 이진성 재판관이 모두 내년 9월 임기가 끝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를 소장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재판관으로 지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유 후보자를 재판관으로만 지명한 채 “헌재소장은 넥스트 트랙”이라며 “유 후보자가 재판관이라고 하는 지위를 정확히 얻은 뒤 소장 지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임기를 ‘임명받은 날로부터 6년’이라고 입법으로 명확히 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해왔다. 국회에 공을 떠넘기기 위해 같은 사람을 두고 단기간에 두 번의 청문회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면 지나치다. 국회가 입법화를 하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소장 임기는 당해 재판관의 임기까지라는 헌법적 관행이 형성돼 있다. 만에 하나 국회가 입법화를 못 한다는 핑계로 당분간 김이수 대행 체제로 가겠다는 생각이라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헌법수호 기관인 헌재는 정치적 기 싸움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문재인#헌법재판관#유남석#헌재소장#김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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