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리지갑이 ‘봉’… “왜 우리만 투명과세” 조세저항 커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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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7년간 급여 29% 오를때 세금은 60% 늘어… 사업자 세금증가율 30%의 2배

“월급은 쥐꼬리만큼 오르는데 세금은 너무 많이 늘었네. 유리지갑이라 그런가.”

봉급생활자들이 ‘사장님’인 자영업자를 만날 때 흔히 토로하는 말이다. 자진 신고로 납부하는 사업자들의 종합소득세와 달리 근로소득세는 소속 회사가 원천징수해 납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금 불이익을 받는다는 푸념이다.

16일 국세청이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2008∼2015년 근로소득 및 종합소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는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소득자가 소득 증가로 떠안아야 하는 세 부담이 자영업자보다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8년 2530만 원이던 국내 근로소득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는 2015년 3260만 원으로 7년 새 28.9%(730만 원)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 1인당 근로소득세 평균 납부액은 60%(100만 원→160만 원) 증가했다. 추이만 보면 세금이 늘어난 폭이 월급이 증가하는 폭의 갑절에 해당하는 셈이다.

반면 사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는 차이가 덜했다. 2008년과 비교해 종합소득세 납부자들의 2015년 1인당 평균 소득은 590만 원(24.9%) 증가했는데 이 기간 1인당 종합소득세 납부액은 100만 원(330만 원→430만 원·3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금 증가율과 급여 증가율의 격차가 5.4%포인트로 근로소득세(31.1%포인트)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박 의원은 “근로소득자들은 소득 명세가 투명해 납부세액이 꾸준히 늘지만 종합소득자들은 소득이 늘어도 세금을 줄일 여지가 많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조세 형평성이 약화되면서 급여생활자들의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세금을 징수하는 과정에서 통계로 나타난 현상인 만큼 특별히 분석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근로자들의 평균 납부 세금이 늘었다고 해서 모든 봉급생활자의 세금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들의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평균 납세액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1억 원을 초과하는 억대 연봉자 수는 2008년 19만4939명에서 2015년에는 59만6124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이 낸 세금은 2015년 14조7511억 원으로 전체 근로소득세의 52.2%를 차지했다. 2008년만 해도 그 비율은 37.8%였다.

마찬가지로 연봉 4000만 원 이하 급여생활자 수는 2008년(약 1110만 명)보다 2015년(1245만 명)에 135만 명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낸 세금 총액은 8년 사이에 1조3560억 원에서 1조2600억 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만큼 과세점 이하 근로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법개정 과정에서 연소득 5500만 원 이상 납세자의 부담이 커진 대신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세 부담은 크게 늘지 않았다”며 “특정 계층에 쏠리는 세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월급#세금#유리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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