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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또 떠났다” 영동→ 영서→ 수도권 강원 탈출 西進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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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또 떠났다” 영동→ 영서→ 수도권 강원 탈출 西進행렬

우경임 기자 입력 2017-09-27 03:00수정 2017-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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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양극화 지방학교가 위태롭다]<中> 3년째 임용경쟁률 미달… 수도권 1일 생활권의 그늘 《 지난해 강원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0.58 대 1. 당초 초등교사 242명(장애학급, 특수학교 교사 제외)을 선발하려 했으나 최종 선발된 인원은 109명에 불과했다. 강원도는 3년 연속 초등교사 미달 사태가 빚어져 현재 임용대기자가 ‘0명’이다. 이처럼 신규 교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직 교사 이탈도 심각하다. 지난해 강원도 현직 교사 90명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강원도를 떠나는 교사 수가 강원도에 새로 임용된 교사 수와 맞먹는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교사가 필요한 68개 학교 중 26개 학교만 신규 교사를 배치했다. 나머지 42개 학교는 부랴부랴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탈(脫)강원 현상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
 

○ 영동→영서→수도권 연쇄 이동

서울~춘천 매일 4시간 출퇴근 교통 발달로 수도권과 강원도가 ‘1일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강원 교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8일 오후 5시경 강원 춘천시 남춘천초교 교사 박현숙 씨(왼쪽)가 동료 교사와 함께 남춘천역을 향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 씨는 매일 ITX를 타고 서울 자택에서 남춘천역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한다. 춘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강원 지역의 교사 만성 부족은 영동→영서→수도권으로 향하는 교사들의 서진(西進) 행렬에서 비롯된다. 수도권과 강원도가 하루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춘천교대 졸업생의 수도권 임용시험 지원 비율이 급증했다. 이주한 춘천교대 교육학과 교수(기획처장)는 “예전에는 춘천교대를 졸업하면 강원 지역에 임용돼 고향으로 돌아가 근무했다”며 “교대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수도권 학생이 대거 입학했고, 임용시험을 서울·경기에서 치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재 춘천교대 신입생의 약 70%는 서울·경기 출신이다.

최근 3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신규 교사를 서울교대나 경인교대 졸업생 수보다 2배 이상 더 뽑은 것도 강원도 이탈을 부추겼다. 충북, 충남 등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8일 찾은 강원 춘천시 남춘천초교에선 교사 26명 가운데 4명이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서울 출신으로 강원도 임용시험에 합격했거나, 결혼 후 생활근거지가 서울인 경우다.

교사 박현숙 씨(42)는 매일 서울 강변역 인근 집에서 남춘천초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려 출퇴근한다. 오후 4시 50분 교실을 나서는 박 씨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5시 15분 남춘천역을 출발하는 ITX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뛰다시피 걸어야 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 씨가 춘천 거주 대신 서울 출퇴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중2 아들 때문이다. 박 씨는 “유난스럽게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낯선 곳으로 전학시키기 어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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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역 교사였던 박 씨는 2000년 남편 발령에 따라 강원도에 있는 학교로 전입 신청을 했다. 동료들이 “나중에 (경기 지역으로) 돌아오기 어렵다”며 말렸지만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6년 전 남편 근무지가 다시 바뀌어 경기도 학교로 전입 신청을 했지만 자리가 없었다.

맞벌이 부부인 교감 이규열 씨(48) 역시 서울 청량리역에서 ITX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이 씨는 “열악한 정주 여건이나 문화적 소외감은 본질이 아니다. 그건 혼자라면 감수할 수도 있다”며 “가족이 생기면 배우자의 직장,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어떡하든 수도권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남춘천초에서는 교사 1명이 다른 학교 교감으로 발령이 나면서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냈다. 임용 대기자가 바닥나 대체 인력이 없어서다.

○ 경력 교사 떠난 자리 신규 교사가 채워

경력 교사들은 벽지 근무 기간이나 부부 별거 기간에 따라 부여되는 가산점을 쌓아 영동 지역에서 원주나 춘천 등 도시 지역으로 옮기기를 희망한다. 경력 교사가 떠난 강원 영동 지역이나 군(郡) 지역에는 신규 교사들을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 철원군 A초교에서 근무하는 오모 씨(50)는 “근무 지역이 철원→춘천→철원을 반복하고 있다”며 “철원에서 벽지 근무 가산점을 쌓아 자녀가 중고교를 다니는 동안 춘천에서 근무한 뒤 다시 철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영동 지역에서 원주시 B초교로 옮겨온 교사 김모 씨(35)는 “주말마다 수도권 집에 다녀올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신규 교사들이 오지학교가 많은 영동 지역을 기피하는 것은 단지 관사가 부족하거나 낙후돼서가 아니다. 김종녀 강원 태백시 미동초 교장은 “군내 관사를 쓰더라도 벽지 학교는 자동차 없이 출퇴근이 어렵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교사들은 자동차 구입부터 큰 부담”이라며 “태백에서 추운 겨울을 나려면 난방비도 많이 드는데 따로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관사가 지원돼도 보통 두 집 살림을 하는 데다 교통비가 많이 들어 여전히 교사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젊은 교사일수록 교장부터 평교사까지 모여 사는 관사가 불편해 개인적으로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 교사와 경력 교사가 학교에 적절히 배치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감은 “적어도 2년 이상 근무해야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 생활지도나 학습지도를 하기 수월해진다”며 “2년간 벽지 학교 의무 근무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춘천·철원=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원도#교사#수도권#서진#임용#양극화#지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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