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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만난 사람/최영해]“박근혜 전 대통령도 우리 역사, 시간 흐르면 功過 평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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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만난 사람/최영해]“박근혜 전 대통령도 우리 역사, 시간 흐르면 功過 평가될 것”

최영해논설위원 입력 2017-09-25 03:00수정 2017-09-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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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장관 김부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실상을 공개하고 과표 현실화와 함께 세율 인상 문제를 공론에 부쳐야 한다”며 ‘지대개혁’을 주창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세제 개편 문제가 정기국회 쟁점이 될 것을 예고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최영해 논설위원
《 7월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증세 얘기를 꺼낸 사람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16개 부처 장차관들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 장관은 “국정과제의 안정적 수행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소득세, 법인세 등의 증세가 불가피하다. 이제 국민과 함께 정직하게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했다. 이 회의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인세와 초고소득자의 소득세 증세를 제안했고 세제 개편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사회부처 장관이 화두를 던지고 당 대표가 세율까지 밝힌 뒤 대통령이 수용하는 증세 메커니즘은 경제부총리가 주도했던 과거 정부와는 다르다. 김 장관을 18일 국회에서 만났다. 》
 
―증세 문제에 총대를 멨는데….

“실상을 알려야 했다. 저출산과 급증하는 노인의료 문제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돈이 없어 굶고,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 사회빈곤층이 너무 많다. 현재 조세 부담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언제까지 ‘낮은 세금, 높은 복지’라고 국민에게 둘러댈 것인가. 이대로는 안 된다. 추 대표의 ‘핀셋 증세’만 갖고는 재정의 큰 틀을 바꾸기 어렵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부동산값 폭등으로 한국은 ‘임대료 공화국’이 됐다. 어떻게 평당 5000만 원짜리 아파트가 나올 수 있나. 주택을 1000채나 갖고 있다는 것도 말이 되는 소리냐. 추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1950년 3월 단행한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지대(地代)개혁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은 책임 있는 자세다. 임대료 추구는 분배를 왜곡하는 주범이다. 지금 부동산 세제를 개혁하지 못하면 한 발짝도 못 나아간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많이 챙기는 사회의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건가.

“이번 세제 개편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더 부담하게 됐지만 소득구간을 보면 미국에 비해 혹독한 편이 아니다. 세율도 높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은 부동산 재산세로 시가(市價)의 1%가량 낸다. 우리는 고작 공시지가의 0.1∼0.3%로 말이 안 될 정도로 적다. 현재 공시지가는 시세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세금 매기는 기준인 과표(課標)부터 현실화하고 재산세를 올려야 한다. 지금 증세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세금 한 푼도 안 내는 사람이 전체 근로소득자의 47%나 된다.


“나는 일찌감치 국민 개세(皆稅)주의를 주장했다. 한 달에 100만 원 벌면 세금으로 1000원, 200만 원 벌면 1만 원은 내야 한다. 그래야 복지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려면 저소득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 저소득층의 자부심까지 빼앗아서는 안 된다.”


―세금 결정은 결국 경제부총리 몫 아닌가.

“경제부총리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증세 없이는 넘쳐나는 복지 수요와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을 이룰 수가 없다. 이 문제를 국회에서 토론하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재정당국은 ‘슬로 스텝’(저속)으로 가려 하지만 여당에선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課標 현실화하고 재산세 올려야

―지방분권, 균형발전도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한데….

“서울 강남에서 거둔 재산세는 강남에서 50%, 나머지는 서울 다른 지역에서 쓸 수 있다. 이걸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부자 동네인 강남은 위치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부자 동네, 가난한 동네가 세금을 공유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걷는 부가가치세에서 11%를 지방소비세로 지방에 넘겨준다. 이걸 20%로 인상해야 한다. 소득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지방소득세도 현재의 2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지방소비세는 6조4000억 원, 지방소득세는 13조1000억 원이 더 걷힌다. 재정 당국은 파이 키우는 것을 얘기하지 않는데, 있는 파이라도 잘 나눠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이미 국회에 냈다.

“의원들이 국회에서 조세개혁특위를 만들어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 그래서 서둘러 토론하자는 것이다.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상당수 있다. 조세법률주의 아닌가. 국회에서 만들면 된다.”

김 장관은 강원 강릉에서 화재 진압 중 숨진 소방관 조문을 막 다녀온 길이었다.

―국가가 소방관을 더 보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국 소방공무원 4만5000명 중 국가직은 500명 남짓이다. 소방관 98%가 지방공무원이다. 지방재정에 따라 처우가 천차만별이다. 대통령 공약인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청와대와 조율 중이다. 교사처럼 전국 어디에서 근무해도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재정을 어떻게 뒷받침할지, 신규 채용 소방관부터 국가직으로 할지 범위에 대한 논란은 예상된다. 소방관 지휘권과 인사권은 시도지사 등 단체장들이 갖고 신분은 중앙정부가 보장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시도지사들과 만나 매듭지을 것이다.”

―트랙터, 화물차의 고속도로 시위와 도심 진입 허용은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죽하면 트랙터까지 몰고 서울로 올라오려 하겠는가.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촛불시위는 과거 폭력으로 얼룩진 시위문화를 많이 바꾸었다. 죽창 들고 나오는 과거 모습은 없어지지 않았나. 경북 성주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시위가 평화적으로 끝났다.”

일찌감치 ‘국민 皆稅주의’ 주장

―공권력이 미국에 비해 너무 약하다.


“공권력을 존중해야 국민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술에 취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등산하다 힘들다고 소방헬기 부르고, 벌집을 따 달라 하고, 심지어 화재 진압하려고 급하게 문 따고 들어갔는데 나중에 손해배상소송에 시달리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공권력은 심부름센터가 아니다. 조만간 내가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호소하겠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 4개월이 궁금했다.

―청와대에 운동권 출신이 너무 많지 않나.

“나도 운동권 출신이다.(76학번인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중이던 1980년 계엄령 위반으로 구속돼 제적됐다가 입학 11년 만인 1987년에야 졸업했다) 386세대도 이제 50대로 사회를 이끄는 주력군이 됐다.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운동권 출신이지만 청와대 500명 참모 중에 운동권은 몇 안 된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여러 인재 풀에서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닌 것 같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코드 인사에 매달렸는데 지금 누구를 쓰겠나.”

―인사가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도 이번에 임용된 사람이라 인사 문제는 별 얘기를 못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이 소외되는 것은 국가에도 손해다. 과거 정부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된다. 기회가 있을 때 여러 경로로 지역 균형을 얘기할 생각이다.”

―문재인과 노무현은 어떻게 다른가.

“노무현의 정치에는 열정과 감동이 있다. 문 대통령은 훨씬 침착하다. 옆에서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을 보면서 나름대로 학습하고 정리가 돼 있는 것 같다. 노무현은 국민들이 뭘 답답해하는지 읽는 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정치는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 열정과 지혜가 조화롭게 혼합돼야 한다.”

―경기 군포에서 대구로 지역구를 옮긴 게 서울 종로에서 부산으로 내려간 노무현을 연상케 한다.

“그분의 열정을 내가 못 따라 간다. 나는 그저 ‘범생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노무현은 기득권과 편견을 허무는 데 사력을 다했다.”

그는 2016년 5월 총선 당시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삼세번’이라며 표를 호소했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2012년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와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떨어진 후였다.

―낙선했으면 뭘 할 생각이었나.

“정치에서 은퇴했을 것이다. 대구에서 버림받고 어디 가서 또 표 달라고 호소하겠나. 정계 은퇴 후 청소년 교육을 할 생각이었다.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정글 사회에 모두가 매달려 있다. 경쟁만으로는 사회가 건강할 수 없다. 더불어 사는 교육을 주변에서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선거 현수막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함께 내걸어 화제였다.

“대통령과 대구시장이 당이 달라도 잘 협조해 대구를 이끌겠다는 다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근대화의 상징이고 산업화의 주역이다. 그런 대구의 자존심을 짓밟아선 안 된다.”

공권력은 심부름센터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은 이르다. 시간이 흐르면 공과가 함께 평가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역사다. 짧은 시기의 정치적 잣대로만 휘몰아쳐서는 안 된다. ‘박근혜 신화’는 단순히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법원에서 재판 선고 장면을 생중계하자는 논의는 시류 편승으로 잘못된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귀를 열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집권할 때 인맥으로만 버틴 채 누구 말도 듣지 않다가 초라하게 몰락한 것 아닌가.”

김 장관은 한때 한나라당에 몸담았다가 2003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으로 옮겼다.

―보수가 재기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훨씬 진화된 보수가 돼야 한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와 바른정당이 하는 얘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는 공존하기 마련이다. 현 보수세력의 이합집산이 일어날지, 아니면 범보수 대통합이 이뤄질지 모르지만 애국적, 합리적, 공동체 지향적 보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옛날처럼 권위주의 리더십으론 젊은 세대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로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선거 주무장관인 그는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는데 조각(組閣)한 지 얼마 됐다고 또 인사청문회를 하겠나. 더욱이 내년엔 국가적인 어젠다인 개헌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 일을 맡기면 온 힘을 다해 책임지는 정치”라고 짧게 답했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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