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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인정 못 받는 아들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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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인정 못 받는 아들은 아프다”

주간동아입력 2017-09-24 16:22수정 2017-09-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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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장남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최혁중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필로폰 밀반입 및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14년 군 복무 시절 후임병을 폭행한 혐의로 처벌(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받은 적이 있기에 이번 검거 소식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컸다.

무엇보다 현직 도지사이면서 대선 경선후보로 나섰던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점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아들 문제로 아버지(남 지사)까지 비판하는 건 ‘연좌제’라는 반응도 있다.

필자는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 젊은이의 비행 혹은 범죄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당사자 심층 면담과 부모 양육 태도 등을 짚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임상 현장에 있다 보면 이른바 ‘훌륭하고 잘나가는’ 아버지와 ‘말썽 피우고 엇나가는’ 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간의 경험에 따른 일반적 분석은 가능할 거 같다.

먼저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맺음’을 이해하려면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프로이트 박사가 언급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라는 용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오귀스트 앵그르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답하는 오이디푸스’(1827).[동아 DB]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이자 테베의 왕인 라이오스에게 버림받은 오이디푸스는 우연히 다툼에 휘말려 아버지를 죽이고 만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죽인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왕으로 추대된 뒤 그는 자신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한다. 그러나 근친상간을 용서하지 않는 신들은 테베 지역에 전염병을 퍼뜨린다.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고, 이오카스테는 목을 매 자살하는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

남자아이가 만 2세쯤 되면 엄마와 더 가까이 있으려 하고, 아버지를 경쟁자로 인식해 해치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존재가 생각보다 강해 자신의 속셈이 발각돼 보복당할까 봐 두렵다. 자신의 성기가 거세될까 불안하다. 그러다 마침내 아버지에게 복종하는 길을 선택한다.

대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만 6세까지 시기를 ‘오이디푸스 시기’라 하는데, 이때는 아버지를 이상(理想)으로 여기기도 하고, 잘못된 행동으로 아버지에게 처벌받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도덕적 관념 혹은 ‘초자아(Superego)’가 형성된다. 아버지를 이상화했다는 것은 아버지를 닮고자 하는 욕구를 수반한다.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를 깨닫게 되고, 주변에서 종종 아버지를 빗대 말하거나 아버지와 비교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처음에는 아버지와 비교 대상인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다 점차 심적 부담을 느끼거나 심지어 거부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아버지가 매우 유능하거나 유명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우울증으로 필자를 찾아온 23세 청년 A씨는 상담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해 얘기하기를 극도로 꺼렸다. 여러 번 상담 끝에 그의 아버지가 유명 법조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너도 아버지처럼 법조인이 돼라”는 말을 자주 했다. A씨의 부모, 조부모, 그리고 친척 역시 그가 아버지처럼 법조인이 되는 것을 당연시했고,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공부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없었다.

“어릴 때는 제가 마음만 먹으면 판검사가 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야 되더라고요. 아버지 때는 사법고시에 합격해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어요.”

중학교 입학 후 성적이 좋지 않자 가족은 실망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비난했다. 그는 아버지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가출도 해봤다. 그러나 아버지는 “네가 공부를 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해라. 노력하지 않는 너에게 나도 관심 없다”고 말했고, 아들은 아버지를 큰 벽으로 인식했다. 결국 3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에는 적당히 아르바이트나 하겠다고 했다.

“어릴 때는 아버지처럼 되려 했지만 지금은 시켜준다고 해도 제가 거절할 겁니다. 제가 슬프고 무기력해 우울증을 얻은 것은 아버지가 저를 아들로 생각지 않아서예요. 아버지는 ‘똑똑한 아들’만 아들로 여기거든요.”

그는 자신이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실을 어머니만 알고 있을 뿐 아버지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아버지가 알게 되면 어머니가 또 한 번 비난받을 것이라고 했다. ‘아들 공부도 못 시키더니 이제는 정신도 온전하지 못하게 키웠다’는 비난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도 ‘우울증에 걸리는 나약한 정신 상태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야단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이처럼 아버지 사랑을 얻는 데 실패한 많은 아들이 아파하고 있다. 혹시 이 땅의 많은 아버지가 똑똑하거나 능력 있는 ‘강점’을 가진 아들에게만 사랑과 관심을 주면서 ‘아들’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남 지사가 “(아들을) 안아주고 싶었는데 (칸막이가) 가로막혀 있어 못 안아줬다”며 안타까워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한 것은 올바른 아버지의 태도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덧붙였다.

“그렇지만 사회인으로서 저지른 죄(값)에 대해서는 있는 대로 죄를 받아야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이 생각난다. 그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아버지의 사랑도 느끼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한편으론 아버지를 닮으려 하면서 아버지를 뛰어넘기를 바라는 아들의 심리적 고통도 종종 발견된다. 이러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복종하기보다 경쟁 상대로 여기고 질투하며 최종적으로는 아버지에게 승리해 최고 권력을 얻으려는 심리적 동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잘 이뤄지면 ‘긍정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와 좌절로 귀결된다면 그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40대 대학교수 B씨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수해 사람들이 비웃지 않을까’ 하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실제 비웃음거리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불안일 뿐이다. 그는 그러한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버지는 잘생겼고 운동도 잘했으며 젊은 시절 사업가로 성공했어요. 저도 아버지처럼 되려 했지만 앉아서 조용하게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적성에 더 맞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는 모범생 아들보다 호탕하고 멋진 사업 후계자 아들을 원했어요. 그래서 저는 ‘대학교수가 돼 노벨상을 타면 세상 사람들은 아버지보다 나를 더 인정해줄 테고, 아버지도 나를 다시 보게 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그저 평범한 교수입니다. 아버지는 지금이라도 회사 일을 배우라고 하지만 후계자는 제 아들이 될 겁니다.”

그에게 아버지는 넘지 못할 큰 산이었다. 그의 불안은 아버지를 이기려다 실패한 아들에 대한 누군가의 비웃음이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그런데 때로는 거울이 깨지기도 한다. 혹은 숨겨진 부모의 모습이 자식이라는 거울로 드러나기도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복잡하고 갈등적이다. 만일 그렇지 않은 부자관계라면 당신은 엄청난 행운을 얻은 행복한 사람이다.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의학박사 psysohn@cho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7년 11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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