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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주민들이 만든 ‘장마당’, 北의 변화를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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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주민들이 만든 ‘장마당’, 北의 변화를 이끌다

유원모 기자 입력 2017-09-23 03:00수정 2017-09-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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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과 선군정치/헤이즐 스미스 지음/김재오 옮김/528쪽·2만5000원·창비
북한의 장마당(시장)은 북한 민간 경제에서 없어선 안 될 요소가 됐다. 저자는 시장화가 본격화됨으로써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북한 정권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선군정치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사진은 상인과 손님들로 붐비는 북한 시골의 한 장마당 모습. 사진 출처 미국의소리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3일 6차 핵실험을 진행한 것에 이어 15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뜨렸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북한의 핵도발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북한의 핵 집착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한다. 방법은 독특하다. “북한의 기이함이라는 신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곳은 다름 아닌 북한 정권”이라며 북한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래야 북한 사회와 정권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한국학연구센터의 연구교수다. 1998년부터 2년간 북한에 체류하며 세계식량계획(WFP)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식량 원조 사업을 직접 감독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도 각각 연구 생활을 해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 국가의 최고위급 정치인들부터 북한의 가장 외딴 지역에 사는 극빈층 주민까지 만난 그의 경험이 책을 만든 원동력이다.

이 책에선 섣부른 예측이나 감정적인 분석은 배제돼 있다. WFP,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검증을 거친 데이터와 저자가 북한에서 얻은 현장 자료가 바탕이 됐다.

저자는 북한 체제의 뿌리인 김일성의 ‘우리식 사회주의’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간다. 유독 북한의 사회주의가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 사회주의 사상보다 오히려 유교적 전통 공동체의 결속 문화를 더 중시한 정치 시스템을 꼽는다. 북한이 그토록 반일(反日)을 외치면서도 정작 일제강점기의 사상범 처벌과 연좌제 등을 사회 유지 체제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며 북한식 통치 방식의 허상을 꼬집는다.

공동 농장과 집단 배분 등 나름대로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를 유지했던 북한이었지만 1990년대 겪은 대기근 이후로 북한 사회가 통째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변화의 주역으로 평가한 부분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북한 정권과는 달리 주민들은 스스로 시장화라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장마당’이다. 장마당은 북한에선 없어선 안 될 주요 경제축이 됐고, 북한 정권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자본주의를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선 북한 정권이 통제력을 잃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화가 깨져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선군정치는 북한 정권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 북한군의 주요 업무는 계속되는 경기 악화와 일상생활의 빈곤 등에 대한 불만과 정치적 반대를 진압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 하지만 국방 우선 정책으로 인해 경제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할 100만 명의 젊은 남녀가 군인으로 차출되면서 국가 재건을 위해 사용될 수 있었던 자원을 집어삼켜 버렸다고 본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선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치한 실패작이라고 비판하며 해결책으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감정은 배제한 채 북한 정권과 주민들의 삶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참고서로 제격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장마당과 선군정치#헤이즐 스미스#북한 장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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