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안세영]佛 마지노선이 주는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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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만 매달린 프랑스 마지노선… 결국 파리함락 초래
현 방위체제도, 북핵이전 시스템 3중 방공망 구축한 이스라엘처럼 철벽 하늘방패 절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질 때 프랑스는 독일보다 더 많은 탱크와 대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이 독일이 침공한 지 불과 한 달 열흘 만에 굴욕적인 항복을 하였다.

1차 대전은 참호전이었고, 무수한 프랑스 군인이 독일의 포탄과 기관총에 쓰러졌다. 이 같은 참호전의 트라우마에 빠진 프랑스는 그 유명한 마지노 요새를 독일 국경지대에 구축하고 육군의 거의 모든 병력과 화력을 이곳에 몰방하였다. 이때에 드골 중령(후에 대통령)은 탱크가 등장해 마지노선은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에 적의 탱크부대가 공격하는 기갑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태의연한 군 수뇌부는 이를 무시하였다. 결국 구데리안 장군의 기갑부대가 예상치 못한 아르덴 고원 지대를 송곳같이 뚫고 마지노선을 포위한 뒤 파리를 공격하니 요새에 웅크리고 있던 40개 사단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항복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 군은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기습 남침에 당한 ‘6·25 트라우마형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북한보다 성능 좋은 탱크, 전투기를 갖기 위해 육해공군이 노력하며, 군의 자원을 전방인 휴전선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북핵 시대에 우리는 마지노의 굴욕에서 귀중한 군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첨단 무기를 가져도 군 수뇌부가 방어 전략을 잘못 짜면 무용지물이고, 국가의 방위전략은 적의 공격방법이 변하면 여기에 맞게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이전에는 현행 방어체계가 맞다. 유사시 휴전선을 넘어오는 보병과 탱크를 전방에서 막으면 후방에 있는 국민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핵 미사일 개발로 북의 공격방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우선, 전문가들에 의하면 핵이 있으면 6·25전쟁형 전면전은 하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 대신 북은 핵 미사일을 앞세운 공갈 협박을 일삼을 것이다. 이때 우리 군이 휴전선을 철통같이 지켜도 하늘에서 날아오는 북의 공격을 막지 못하면 수도권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

과거 프랑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방의 최우선 과제를 국민 보호에 두고 방위전략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적의 창칼을 막는 지상의 방패뿐만 아니라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새로운 ‘하늘의 방패’를 마련해야 한다. 즉, 기존의 든든한 휴전선 방어와 함께 설사 북이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쏘더라도 이를 요격할 수 있는 획기적 미사일 방어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이스라엘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깝게는 개성 정도 거리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로켓을 마구 쏘아대고, 멀리는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중장거리 스커드 미사일을 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은 과거의 육·공군 중심 체계에서 ‘아이언 돔(Iron Dome)-다윗 슬링(sling)-애로’가 3중 방어막을 치도록 국가 방어체계를 뜯어고쳤다. 이런 돔이 하마스가 쏜 로켓의 최대 80%까지 막았다고 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를 미룰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맥락과 통한다. 새로운 방어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국방 2.0에서 기존 국방예산의 우선순위를 대폭 흔들어야 하고, 이는 얽히고설킨 기득권자들의 반발을 가져오기에 국방부 장관이나 군 수뇌부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이 막중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뿐이다. 외교적 노력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급한 하늘의 방패 구축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악역을 하더라도 이 분야에 과감한 예산 투입을 하고 미국과 긴밀한 군사기술 협력을 하는 한편으로 각 군의 가장 우수한 장교들을 이스라엘에 파견하여 3중 방어시스템의 ‘노하우’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임기 말쯤이면 첩첩이 하늘에 철벽 방어망을 쳐 북에서 날아오는 온갖 것들로부터 국민을 상당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래야 모든 국민이 안심하는 진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사실 북핵 시대 우리의 선택은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다. 지금 준비를 게을리해서 핵을 앞세운 북의 협박에 질질 끌려다니는 굴욕적 가짜 평화냐, 아니면 국민이 행복한 진짜 평화냐이다.

거리에 ‘나라를 나라답게!’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발 나라가 나라답게 북핵 공포로부터 국민을 해방시켜 주면 좋겠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제2차 세계대전#프랑스 마지노선#북핵#문재인#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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