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단둥항 독점운영 르린그룹 회장, 北자금 세탁 혐의 조사중 해외도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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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출대금 세탁 지원 포착돼… 사업체 있는 美로 도피했을 가능성

중국 당국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을 세탁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로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丹東)항 운영 기업 회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 지역 대북 소식통은 21일 “중국 당국이 북한 상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자금 세탁에 도움을 준 혐의로 최근 르린(日林)그룹 왕원량(王文良·사진) 회장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왕 회장은 조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왕 회장이 단둥항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철광석 등 광물 자원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외화를 세탁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2002년 설립된 르린기업은 당국에서 독점운영권을 확보한 단둥항을 토대로 사업을 키워 건설과 제조업 분야에도 진출한 단둥 지역의 대표적 기업이다. 단둥항은 대북 제재가 시행되기 전 북한으로부터 수입된 철강 등 다량의 광물 자원이 거쳐 갔다. 북한은 2015년 중국으로 13억 달러(1조4000억 원)어치 이상의 광물 자원을 수출했다.


르린그룹은 지난해 초 단둥항의 북한 선박 입항을 금지하면서 중국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왕 회장은 중국 당국이 조사를 벌이자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미국에도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왕원량이 미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12기 대표까지 지냈을 정도로 단둥 지역의 실세로 불리던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랴오닝(遼寧)성 인민대표 부정선거 사건에 연루되면서 전국인대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이어 대북 자금세탁 혐의까지 받게 되자 심적 압박을 느껴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을 조사해왔다. 지난해 단둥 지역의 훙샹(鴻祥)그룹 마샤오훙(馬曉紅) 대표 역시 북한과의 밀무역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바 있다. 마 대표는 지난해 9월 중국 사법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아왔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마샤오훙이 교역과 관련해 중대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관련된 우라늄 등을 북한에 밀수출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장쩌민(江澤民)의 상하이(上海)방 세력과 친분을 유지해왔던 왕 회장을 제거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왕 회장은 장쩌민 세력의 도움을 받아 전국인대 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정동연 채널A 특파원 c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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