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獨, 北외교관 추방… 北도 비슷한 규모 獨대사관 인력 쫓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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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대북제재 확산]외교무대 고립 자초하는 北

파리 北대표부 4층 건물엔 어두운 블라인드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4구의 북한대표부 건물에 
외출했던 한 외교관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위쪽 사진). 북한대표부 직원과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4층짜리 건물의 
창문은 모두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파리 北대표부 4층 건물엔 어두운 블라인드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4구의 북한대표부 건물에 외출했던 한 외교관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위쪽 사진). 북한대표부 직원과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4층짜리 건물의 창문은 모두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이 북핵 규탄 차원에서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을 최근 사실상 추방 형식으로 내보냈고 북한은 이에 대응해 평양 주재 독일대사관 외교관들을 일부 추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외교관계를 단절 또는 축소하자 북한이 이에 대응하면서 고립을 자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독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베를린에 있는 주독일 북한대사관 외교관 인원을 수명 축소했다. 독일은 이외에도 지난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21호에 따라 북한대사관이 현지에서 운영하던 숙박업소 임대 사업을 끝내도록 조치한 바 있다.


현지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최근 비슷한 규모의 주북한 독일대사관 인원을 줄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보복에 나선 것이 파악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대사를 추방한 스페인과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등에 대해서도 평양의 외교적 보복이 예상된다. 현재 스페인과 멕시코는 주한국 대사가, 페루는 주중국 대사가 북한 대사를 겸임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출입국 금지 등의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독일은 북한의 자국 외교관 추방에 즉각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소식통은 “(북한과) 모든 연락을 끊는다면 오판의 위험성을 높인다”면서 “정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북한과 소통하기 위해 주북한 독일대사관은 계속해서 운영한다는 것이 현재 독일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타르 내무부는 올해 자국 건설사에 지침을 내려 이달 말까지 북한 건설업체와 관계를 단절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올 초 1800여 명이었던 카타르 내 북한 노동자는 현재 5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제사회의 금융망 차단으로 은행 송금을 할 수 없는 북한 당국은 현지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현지에 묶인 외화를 다량으로 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공항을 통해 빠져나가는 북한 노동자의 짐 속에서 1인당 3만 달러 이상의 현금이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노동자는 카타르에 남기 위해 중국인 여권을 위조해 위장 취업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전 세계가 외교적 압박을 가해오자 현지 외교관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일 정오경(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4구의 북한대표부 앞에서 만난 북한 외교관은 촬영 중인 기자에게 “왜 마음대로 촬영하느냐”고 항의하며 촬영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 회색 인민복에 김정은 배지를 단 상관이 따라 나왔다.

그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당신 가짜 동아일보 기자 아니냐”고 매섭게 묻다가 “파리에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것 알지 않느냐. 우리도 안전 때문에 촬영에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촬영한 걸 삭제하라”고 계속 요구하는 40대 외교관을 향해 “냅두라우”라고 제지한 뒤 기자에게는 “잘 보도하시라우”라고 말하고는 들어갔다. 최근 유럽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북한 외교관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북한대표부 건물은 대로에 있는 다른 국가 대사관들과 달리 주택가 골목에 있었다. 북한 국기도 걸려 있지 않아 현판이 없다면 대표부인지 알기 어려웠다. 4층 건물 내부는 모두 블라인드로 가려져 볼 수 없었다. 건물 외벽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만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프랑스와 수교를 맺지 않은 북한은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 대사가 주프랑스 대표부 대표를 겸임한다.

2015년과 2016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지낸 스페인은 핵개발에는 매우 엄격했다. 결국 지난달 2등 서기관의 추방이 결정되고 이번에는 대사까지 추방되면서 9월 이후에는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에 3등 서기관이 대사 대리를 맡아 혼자 빈집을 지키고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파리=동정민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독일#북한#외교관#추방#대사관#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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