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EU “무역적자 美, 한미FTA 탓하는 건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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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위원 “스스로에게서 원인 찾길…무역수지에 안잡히는 거래도 많아
한-EU FTA도 개정 논의할 필요”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의 통상담당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주장에 대해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을 한미 FTA 탓으로 돌리는 건 잘못됐다(wrong)”고 일갈했다.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FTA가 불공정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사진)은 21일 방한을 앞두고 18일 동아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은 왜 한국에 차를 적게 수출했는지 난감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무역수지가 전체 그림의 극히 일부만 보여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동남아시아 중국 미국 EU 등 해외에 막대하게 투자해 글로벌 가치사슬에 완전히 통합된 한국 기업들의 거래는 무역 통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미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은 거래를 고려하면 무역적자만으로 미국이 손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EU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무역적자를 낸 국가는 손해이고 흑자를 낸 국가는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무역을 ‘적자 흑자를 따지는 방식(plus minus way)’으로 보지 않고 ‘무역 총합의 성장(growth of the sum)’으로 판단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미 FTA 개정 논란에 대한 한국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미 행정부 주장의 허점을 조목조목 꼬집은 것이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급으로 한국 미국 일본 등과의 통상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21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경제장관회의와 한-EU FTA 성과를 논하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는다.

한편 EU는 미국처럼 일방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올해 안에 한국 정부에 한-EU FTA 개정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EU와 한국 간에 아직 비관세장벽이 남아 있어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일괄적 FTA 개정(a balanced package of amendments)을 논의해야 한다”며 한-EU FTA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 쇠고기 수입 허용,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도 도입을 제안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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