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마다 전화폭탄… 성매매 막는 ‘대포킬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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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무력화 프로그램 개발… 서울시, 업자 대포폰 통화 차단

23일 오후 기자의 휴대전화로 낮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아 보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입니다. 이 전화는 도로변에 살포된 성매매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번호로…즉시 불법 성매매를 중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책상에 놓으려 하자 또 다른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전과 똑같은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끊고 또다시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자 5분간 통화목록엔 100개가 넘는 각기 다른 전화번호가 찍혔다. 폭주하는 전화로 통화는 물론이고 문자메시지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기자는 서울시가 최근 성매매업자의 전화를 ‘먹통’으로 만들려고 개발한 전산 프로그램인 ‘대포킬러’를 휴대전화에 직접 적용해봤다. 서울시는 특정 전화번호에 자동으로 3초마다 전화를 거는 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달 초부터 성매매 단속에 활용하고 있다. 성매매업자들은 대부분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사용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이름을 ‘대포킬러’라고 지었다.

그동안 전단을 뿌리는 성매매업자들을 단속하려면 통신회사들과 협력해 전단에 적힌 전화번호의 사용을 정지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배포자를 붙잡아야 했다.

올 3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특별사법경찰) 소속 송모 수사관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단을 뿌리던 용의자를 붙잡으려다 25m가량을 끌려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또 이동통신사와 협업해 전화번호를 정지시켜도 최소 5일이 걸렸다.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서울시는 성매매업자들이 대부분 전화로 성매수자와 접촉한다는 점에 착안해 자동 발신 장치가 특정 번호로 계속 전화를 걸어 사실상 통화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성매매업자들이 발신자 번호를 차단해도 발신 장치가 자동으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 장치에 한 번 번호가 등록되면 사실상 해당 번호를 사용하기 어렵다.

강필영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구청과 시민봉사단이 성매매 전단을 수거해 오면 ‘대포킬러’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전화를 건다”며 “성매매 전단 배포 자체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성매매#대포폰#대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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