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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vs 100’ 인프라부터 격차 벌어지는 한-일 미래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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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vs 100’ 인프라부터 격차 벌어지는 한-일 미래車

곽도영 기자 , 정세진 기자 입력 2017-08-23 03:00수정 2017-08-2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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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하는 한국 자동차산업]<下> 선택과 집중 다시하자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수소전기차(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받는다. 수증기 외에는 배출 물질이 없어서다. 최근 생산대수가 늘고 있는 전기차보다 더 높은 기술이 필요한 미래차다.

이웃 일본은 정부가 최전선에 나서 ‘올 저팬(All Japan)’ 태세로 수소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4월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 사회를 실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수소차를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4만 대로 늘리고, 현재 100여 곳인 수소차 충전소는 160곳으로 늘리겠다는 세부 목표까지 제시했다.

원래 수소차는 현대자동차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앞서 세계 최초의 양산 모델을 개발했다. 현대차가 2013년 ‘투싼ix’를 출시하자 도요타는 1년 뒤 ‘미라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3, 4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수소차 판매 대수와 인프라 모두에서 일본이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투싼ix는 240대, 미라이는 1000대가량 팔렸다.

현대차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2세대 수소차를 이달 17일 미리 공개하며 재역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자동차는 부가가치가 크지만 투자 및 개발 비용이 그만큼 높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금을 얼마나 빨리 회수하느냐도 관건이다. 충전소 등 기본 인프라와 친환경 보조금 등 정부의 초반 드라이브가 중요한 이유다.

자동차 산업이 변곡점을 맞은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노조 파업으로 투자 여력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도 부실해 한일 간 운명은 급격히 갈리고 있다. 일본 정부와 차 업계는 독일차가 디젤 게이트로 부진하고 한국차가 노조 파업 등으로 고전하는 사이에 하이브리드 시장에 집중 투자한 결실을 톡톡히 가져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차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 22.5%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이 지난해 반 토막으로 떨어진 중국 시장에서도 일본차 3사는 일제히 판매량을 늘렸다.

일본은 하이브리드차에서 성과를 냈던 ‘올 저팬’ 방식을 수소차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은 정부 내에 수소차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올해 하반기엔 정부 주도로 주요 제조업체들이 참여한 충전소 출자회사를 설립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일본 하이브리드차는 절반 이상이 내수 시장용이었다. 초반 볼륨을 정부와 국내 시장이 흡수할 수 있어야 해외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일본 정부는 알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들도 잇달아 ‘내연기관의 종말’을 선언하며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독일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계획을 밝히며 친환경차 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영국 정부도 지난달 모든 경유 및 휘발유 차량의 국내 신규 판매를 2040년 중단한다는 정책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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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에 한계가 있는 한국은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데도 자원이 곳곳에 분산돼 있다. 수소버스나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은 정부가 주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이 때문에 굵직한 개발 계획이 없고 각 부처나 지자체별 시범 사업만 산재한 상황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등이 관련 부처인데 각각 규제하고 예산을 집행한다.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예산도 많지 않은 나라에서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계 첫 수소차 양산 모델을 개발하는 등 민간기업이 피운 불씨를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료전지 ‘스택’ 등 수소차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현대차는 5년을 쏟아부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차는 전기차와는 한 차원 다른 기술이다. 중국에서 전기차는 만들어내도 수소차엔 쉽사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후발 주자와 아직 기술 격차가 있을 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긴 호흡의 연구과제를 설정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수소차 충전소나 수소택시 등 낯설어 보이는 분야의 인프라 보급에도 정부가 앞장서서 과감하게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정세진 기자
#산업#자동차#노사#노조#파업#전기차#수소차#친환경차#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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