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빅벤, 4년간의 깊은 잠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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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공사… 2021년까지 타종 중단
의원들 “2차대전때도 안 멈췄는데”… 메이 총리까지 나서 재고 요청

런던 의사당을 지켜온 영국의 상징 시계탑 빅벤이 21일 낮 12시(현지 시간), 4년간의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15분 간격으로 158년 동안 종을 울렸던 빅벤이지만 건물 리모델링 공사에 동원되는 인부들의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 잠시 쉬게 된 것이다. 런던 하원은 낡은 빅벤 건물을 개보수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건물 내부 인테리어도 다시 할 계획이다.

2021년 공사가 끝날 때까지 종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영국인들은 작별 인사를 준비했다. 노동당 스티븐 파운드 의원은 “생각이 비슷한 전통주의자들끼리 모여 빅벤의 마지막 종소리를 들으려 한다”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마음속 희망을 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멈추지 않았던 빅벤이 4년 동안 침묵하는 데 대한 영국 의원들의 불안과 반발도 크다. 보수당 코너 번스 의원은 최근 BBC 라디오에 출연해 “하원위원회가 독일 공군도 하지 못한 일을 벌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공군의 런던 폭격이 계속되던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빅벤 타종이 이어진 데 대한 영국의 자존심이 반영된 발언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까지 나서 휴가 복귀 첫날인 16일 “빅벤이 4년 동안이나 조용히 지내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며 의회에 재고를 요청했다. 특히나 빅벤이 잠든 시기에 영국의 향후 미래 운명을 좌우할 유럽연합(EU) 탈퇴일까지 포함되면서 “최소한 그날만은 빅벤이 종을 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의회는 다음 달 개원 후 빅벤 타종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의회 지도부는 11월 전사자 추도일과 12월 31일 등 주요 국경일에는 종을 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빅벤#영국#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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