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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진출 현대車 협력사들 실적 반토막… 中네트워크 붕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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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진출 현대車 협력사들 실적 반토막… 中네트워크 붕괴위기

서동일기자 , 곽도영기자 입력 2017-08-22 03:00수정 2017-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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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하는 한국 자동차산업]<中> 무너지는 車부품 생태계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밤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하다.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국내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 이 회사의 대표인 B 씨는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량이 올 상반기(1∼6월)에 반 토막 나면서 회사를 접느냐 마느냐 기로에 섰다.

A사는 최근 공장 가동률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 지난달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약 3개월 치 기본급에 웃돈을 얹어 기술인력을 내보냈다. B 씨는 “판매량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불평을 하는 게 아니다. 생존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시작된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중국에 진출한 500여 협력사에도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부터 점차 부품 수요가 줄고 있어 조마조마했던 부품업체들이 줄도산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기업들이 10년 넘게 중국에 구축한 생산 네트워크가 아예 붕괴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국에 진출한 500여 개의 주요 부품 협력사의 2분기(4∼6월) 실적이 50% 이상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주요 협력사인 성우하이텍과 평화정공의 2분기 영업이익도 각각 57%, 55%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국내에 남아 있는 부품업체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대중국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총 15억6938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2% 줄었다. 이 중 대부분이 협력사들이 국내에서 생산해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에 납품한 물량이다. 글로벌GM이 올해 초 유럽 사업 부문인 오펠을 매각하며 유럽 완전 철수를 확정하자 한국GM 납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도 경영 위기에 빠졌다. 한국GM의 유럽 수출 물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미 인천, 전북 군산 등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도시로 꼽히는 지역에서는 부품산업의 위기가 실직 사태로 이어지면서 지역경제의 최대 악재가 되고 있다. 한국GM 부평공장과 1차 협력사(한국GM, 현대·기아차 등)를 비롯한 1000여 개의 자동차부품업체가 위치한 인천 남동, 부평, 주안 등은 지역경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인천은 자동차 산업 관련 한 해 수출액이 64억 달러(2015년 기준), 인천시 전체 수출액의 20% 안팎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2002년 대우차가 GM대우로 넘어갈 때만큼이나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때처럼 자동차 산업 살리기 범시민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인천상의는 노조 파업,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영난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인천 부평구는 지난달 한국GM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모아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협력사들의 경영 상황과 미지급 대금 집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협력사가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금 지원 방안은 2500여억 원 규모로 협력사의 금형 투자비 일시불 지급, 800여억 원 규모의 동반상생펀드 추가 출연 등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완성차에서 부품업체까지 이어지는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단기 이익만을 추구한 완성차 업체에 ‘돌아온 부메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는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이 14.6%에 달해 경쟁업체인 폴크스바겐(10.6%), 도요타(7.8%)보다 월등히 높다. 과중한 인건비 부담으로 생긴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요인을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로 해소하면서 부품사들의 품질과 경쟁력 악화를 초래하고, 다시 완성차업체마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부품업계의 수익 마진이 좋았을 때조차 3% 안팎에 그치다 보니 연구개발(R&D)에 쓸 수 있는 돈도 없어 기술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완성차의 품질 저하와 미래에 대한 대비도 소홀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업계는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또다시 부품단가 인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차량 판매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체의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한국 부품업체들은 최근 평소보다 2배에 이르는 단가 인하 압력을 받으면서 거의 중국 현지 업체 수준의 납품가격을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 매출액 규모가 3000억 원 안팎인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C사는 단가 인하 압력까지 들어오자 최근 2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수시로 뽑던 기능인력 채용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결국 계속 인력을 줄이는 것 외에는 현재 상황을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에 합의한 것도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악재가 되고 있다. 한-EU EPA는 일본 자동차에 최대 10%까지 부과됐던 관세를 7년에 걸쳐 없애지만 자동차부품에 부과됐던 3∼4% 관세는 협정 발표 즉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측은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이 주력 수출 품목이다. 일본차에 대한 EU의 관세 철폐로 국산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의 가격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dong@donga.com·곽도영 기자
#현대자동차#중국#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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