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주의’ 배넌 낙마… 美외교 ‘군사개입주의’ 강화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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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안보]트럼프정부, 북핵 해법 진통

평택 미군기지에 대기 중인 아파치 헬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시작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병사들이 아파치 헬기를 정비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21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되며 한국군 5만여 명과 미군 1만7500명이 참가한다. 평택=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평택 미군기지에 대기 중인 아파치 헬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시작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병사들이 아파치 헬기를 정비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21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되며 한국군 5만여 명과 미군 1만7500명이 참가한다. 평택=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사진)가 대북 정책에 대해 혼선을 야기하는 언론 인터뷰를 한 후 18일(현지 시간) 전격 경질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군사적 개입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극우주의자인 배넌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이론적으로 정립해 정책으로 연결시킨 ‘정권 설계자’로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적 성향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배넌이 경질된 것은 개입주의자의 승리”라며 “장성 출신으로 재정비된 ‘2기 백악관’에서 강경파의 부상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캠프 출신인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6개월 만에 경질하고 해병대 대장 출신인 존 켈리 비서실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야인 기질을 지닌 배넌의 퇴진은 예고된 일이었다. CNN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규율을 중시하는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난달 28일) 비서실장으로 발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배넌이 없는 백악관을 그리고 있었다”며 “대북 군사옵션은 없다는 그의 인터뷰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고 결국 경질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배넌의 기세에 밀리며 입지가 축소됐던 정통 외교-안보 라인이 힘을 받으면서 대외정책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켈리 비서실장-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체제로 이어지는 군 장성 출신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호흡을 맞추며 역할 분담을 통해 미국의 전통적 개입주의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넌은 무고한 주민에게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를 폭격하는데도 보복 우려를 내세우며 반대하는 등 외국 분쟁에 미국의 인명과 자산이 희생되는 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대외 군사작전에 내부 브레이크가 제거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을 잠정 결정한 것 역시 배넌의 퇴진과 연결해 해석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신(新)개입주의는 북핵 문제 해법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대결 국면이 진정되면서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은 여전히 후순위로 검토되고 있지만 북한이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미국의 군사대응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넌의 낙마로 주한미군 철수 논란도 일단락됐다. 배넌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고, 검증 가능한 사찰을 보장한다면 미국은 그 대가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 누구도 북핵 해법에서 한미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옵션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주제인데, 백악관 참모가 (핵 동결을 대가로) 이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북한과 중국에 ‘협상 요구사항’으로 여기게 만드는 빌미를 줬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도 “미 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오갔다면 어떻게든 분위기가 감지됐을 텐데 비공식으로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배넌의 ‘아마추어리즘’에 트럼프가 분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21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앞두고 한미동맹 결속력을 증명하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경질하는 강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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