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만에 내용 18곳 바뀐 ‘정경두 답변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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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인사청문회서 문제 제기
사드 비준 불필요→국회 공론화 필요
‘김정은 정권 인정’ 놓고도 말 바꿔… 鄭 “한미훈련 축소 전혀 고려 안해”
文대통령, 전자결재로 임명

정경두 합참의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경두 합참의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경두 합참의장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24시간 만에 18곳을 수정해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회 인준, 북한 주적(主敵)론, 김정은 정권 인정 여부, ‘김정은 참수부대’ 용어 변경 등 중요 안보 사항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친 것이다.

이날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16일 합참에서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읽고 소신 있고 신념에 찬 지휘관 후보자 같아 아주 만족했다”며 “하지만 24시간 지나 수정본을 보내 왔는데 10군데 정도가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이 필요한가’란 질문에 ‘불필요하다’고 답했다가 ‘국회 공론화는 필요하다’고 수정했다. 이를 야당 의원이 문제 삼자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단합된 힘이다. 반대하는 이들까지 공감대를 형성해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하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북한 주적론’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우리 군의 주적은 누구인가’란 질문에 정 후보자는 1차 서면 답변에서 ‘북한군이다’라고 딱 한 문장으로 답했다. 하지만 이후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주적 표현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정권과 북한군에 대한 우리 군의 대적관은 변함없다’고 수정했다.

김정은 정권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못한다’에서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 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남과 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점 등을 고려해 남북이 특수한 관계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다소 긴 문장으로 수정했다. 올해 창설 예정인 유사시 김정은 제거 임무를 수행할 특수임무여단(일명 ‘김정은 참수부대’)과 관련해서는 “‘참수부대’ 용어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북한에 대한 예방타격과 선제타격 필요성에 대한 생각도 다소 유보적으로 바뀌었다. 정 후보자는 ‘우리 군은 한미 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정부의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실제 시행에는 매우 신중한 결심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바꿨다. 결국 야당에선 “서면 답변서를 수정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며 “정치와 이념을 초월해야 할 합참의장이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소신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맞지 않고,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외교적 협상 수단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레드라인’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정 후보자는 “(대통령이) 북한이 치킨게임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위기 상황을 최대한 억제시킬 수 있는 범위에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면 답변서에선 “레드라인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식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적었다.

국방위는 이날 오후 청문회를 마치고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곧바로 채택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전자결재로 정 후보자를 임명했다. 이로써 정 후보자는 1993년 이양호 합참의장 이후 24년 만에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됐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경두#합참의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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