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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문병기]‘식약처장 코드인사’가 낳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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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문병기]‘식약처장 코드인사’가 낳은 혼란

문병기·정치부 입력 2017-08-19 03:00수정 2017-08-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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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정치부
“나는 늙은 기자(출신)입니다. 젊은 기자들은 어떻겠습니까.”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날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살충제 계란’ 파동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이 총리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이번 파문의 진행 상황과 계란 안전성 대책에 대해 송곳 같은 질문을 15분간 계속 던졌다. 하지만 류 처장은 머뭇거리며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이 총리는 “늙은 기자의 마음으로 질문했다”면서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기자들이 할 수도 있다. 젊은 기자 시각에서 질문하는 것이 훨씬 예리할 텐데 이런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면서 브리핑 할 생각 마라”고 류 처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은 “완벽주의자인 이 총리 성격상 굉장히 점잖게 훈계한 것”이라며 “비공개석상에서 단둘이 만났다면 아마 혼이 나갈 정도로 호되게 꾸짖었을 것”이라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총리가 범정부적으로 종합 관리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다음 날 열렸다. 이 총리는 즉각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가 국민에게 가장 알기 쉬운 방법으로 정확하고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중점 대응 방향을 주문했다.

그동안 류 처장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계란)은 문제가 없다”며 ‘살충제 계란’의 혼란을 키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취임 첫 간담회였다”고 해명하며 성장통으로 치부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특별 주문한 긴급한 사안조차 제대로 된 파악과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주무 부처의 수장으로서 변명하기 어려운 무능이다.

식약처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진짜 중요한 자리다. 정부 18부 5처 가운데 빛나는 자리는 아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영향력은 어느 부처 못지않다. 그래서 이런 자리에는 잘 준비된 역량 있는 전문가가 와야 한다. 단기간에 벼락치기로 공부를 한다고 업무 수행이 되는 자리가 아니다.


류 처장은 임명 당시부터 ‘코드인사’ 논란을 불러온 인물이다. 첫 ‘개업 약사’ 출신 식약처장이라는 드라마틱한 배경보다는 식·의약 분야 전문성과 경험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당시부터도 상대 진영에 ‘패륜아’ ‘사이코패스’ 등 막말로 ‘충성심’을 부각한 탓에 야당으로부터 “보은인사, 나홀로 인사,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다. 국민 안전에 ‘취임 초’라는 변명은 통하기 어렵다. 비전문가의 무능함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수장을 하루빨리 교체하는 게 정도(正道)다.

문병기·정치부 weappon@donga.com
#식약처장 코드인사#계란#살충제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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