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교역 작년 2114억 달러… 韓美의 2배, 韓日의 3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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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중 수교 25주년
‘33배 성장’의 빛과 그늘

《1992년 8월 24일 중국 베이징의 정부 국빈만찬관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芳菲苑).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부 장관과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부장이 공동서명문에 서명을 한 뒤 샴페인을 들었다.

10분도 걸리지 않은 자리였지만 양국이 외교 통상의 벽을 처음 허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한중 교역은 약 33배로 늘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교류가 주춤하고,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추격한 분야가 속출하면서 ‘중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이 독감에 걸리는’, 부담스러운 관계도 부각된다.》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중국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4월 시작한 중국 노선 감편 및 운항 중지 조치를 이달 말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원래 5월까지만 한시적으로 할 계획이었지만 한중 사드 갈등이 지금까지도 안 풀리고 중국 탑승객도 줄어 비상조치를 연장한 것이다.

이달 24일은 한중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5주년 되는 날이다. 눈부시게 늘어난 교역량과 경제 교류 성과를 돌이키며 서로 축배를 들어야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어둡다. 사드 갈등과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은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2년 수교 첫해에 63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한중 양국 교역은 지난해 2114억 달러(약 240조4200억 원)로 늘었다. 무려 33.2배로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일 교역은 2.3배, 한미 교역은 3배로 늘었다. 수교 이후 양국 교역은 매년 평균 15.7%씩 늘었고 2003년부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중(對中) 교역량은 대미(對美) 교역(1096억8000만 달러)의 약 2배, 대일(對日) 교역(718억2000만 달러)의 약 3배다.

한국도 중국에 중요한 무역국가로 부상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홍콩, 일본에 이어 중국의 4번째 주요 수출국이다. 수입국 중에서는 한국이 1위다. 2위는 일본이고 그 뒤로 미국, 독일, 호주 순이다.

양국은 투자와 인적교류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중국에 총 47억50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투자했다.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도 중국인이 가장 많다. 지난해 한국에 온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46.8%가 중국인이었다.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인(17.1%, 2015년 기준)이다.

동시에 양국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양국의 기술격차는 2002년 4.7년이었으나 2015년에는 3.3년으로 줄었다. 국제특허(PCT)도 2008년까지는 한국이 더 많았으나 2009년 역전된 뒤 2015년엔 중국(2만9846건)이 한국(1만4626건)의 약 2배에 달했다.

올 초부터 본격화된 사드 갈등은 양국 교역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에서 현대자동차 판매량은 반 토막 났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현지 판매량은 월 7만∼14만 대 수준이었지만 올해 3∼7월에는 5만6026대, 3만3009대, 3만5100대, 3만5049대, 5만15대로 줄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도 있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암암리에 한국차 판매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청와대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올 3월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단체 관광객 확보 경쟁을 벌이며 노선을 늘리던 국내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제주도는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내년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분야 후속 협상이 예정된 만큼 지금부터 교류를 다각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택 nabi@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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