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 ‘속도전 100일’, 개혁조급증 떨쳐야 성공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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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는 엄중한 안보위기 속에서도 ‘개혁 최우선’ 기조 아래 사회 각 분야의 파격적 정책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냈다. 임기 초 높은 국정지지율을 바탕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속도전 100일’이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정부답게 5년 임기 동안 가히 혁명적 변화를 이루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출범 100일을 즈음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낮게는 70%대 초반, 높게는 80%가 넘는다. 문 대통령의 탈(脫)권위 행보와 각종 개혁 정책에 국민은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국민 다수가 아직도 개혁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00일의 행보가 당장 성과로 입증되지 않은 정책 청사진이 대부분인 만큼 높은 지지율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문재인 정부는 쾌속 질주해왔다. 국민의 박수를 받는 집권 초기에 확고한 정책 방향을 잡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국정의 동력을 잃고 후회하게 된다는 과거 정부의 실패 경험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적폐청산’을 내건 권력기관 개혁은 ‘과거 정권 비리 캐기 아니냐’는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이 공약한 ‘대통합’은 어느덧 실종됐다는 느낌이 든다. 투명성과 정당성을 내건 각종 공론화 과정도 마찬가지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전문성도, 책임성도 없는 민간인이 주도하는 공론화로 과연 개혁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현실과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들이 가져올 사회적·재정적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정부 안에서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어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 힘차게 추진해온 혁신적인 개혁 방향, 우리가 가야 할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담이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담이 이 정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고소득자 증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정책 등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되면서 차기 정부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 부담을 떠안을 공산이 커졌다.

국정 운영은 5년의 장기 레이스다. 초반 스퍼트가 중요하지만 지나친 속도전은 정부가 지게 될 과부하는 물론이고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 개혁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아직은 작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제 100일, 앞으로 1700일 넘게 남았다. 조급증에서 벗어나 차근차근 점검하고 완급을 조절할 때가 됐다. 필요하다면 유연한 정책 변경도 주저하지 않는 ‘지혜로운 실천’에 주력해야 개혁에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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