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공정 ‘도우미 업체’들 초장기 호황에 덩달아 함박웃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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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관련 소재 업계에까지 온기가 퍼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와 액체화학물을 만드는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용 특수가스를 제조하는 SK머티리얼즈는 최근 공장 증설과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삼불화질소(NF3), 육불화텅스텐(WF6), 모노실란(SiH4) 등 특수가스를 주로 생산하는데, 이 중 삼불화질소는 세계 시장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한다. 삼불화질소는 반도체 공정 후 장비 내의 잔류물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공정에서 쓰이는 육불화텅스텐과 모노실란 점유율은 세계 2위다.

SK머티리얼즈의 삼불화질소 생산량은 연간 국내 공장 7600t, 중국 공장 1500t으로 총 9100t에 이른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3D 낸드플래시 등에서 쓰이는 수요가 급증해 올해 2월부터 1500억 원을 들여 경북 영주시에 추가로 2500t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생산량이 1500t, 내년 말에는 추가로 1000t이 늘어 총 1만16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육불화텅스텐도 수요가 연간 3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SK머티리얼즈는 현재 연간 600t 규모의 공장을 2배로 늘리는 증설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에 완공되면 일본 ‘간토덴카(KDK)’를 제치고 생산량 세계 1위가 된다. 3위는 국내 업체인 ‘후성’인데 이 업체들은 모두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산업용가스 제조사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반도체 소재인 전구체 제조회사인 SK트리켐을 설립해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일본 회사와 ‘SK쇼와덴코’라는 합작사를 세워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데 쓰이는 식각가스 제조 공장도 건설하는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효성도 삼불화질소 생산량과 관련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이 3247t인데 1년 만에 41.6%가 늘어난 것이다. 시장 점유율도 조금씩 늘리고 있어 올해부터는 2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효성의 올 상반기(1∼6월) 화학부문 매출은 약 787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4% 증가했다.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 등 제련업계도 수혜를 보고 있다. 두 업체가 반도체의 원료인 웨이퍼를 세척하는 데 쓰이는 고순도 황산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퍼 표면에 붙은 먼지나 오염물질 등은 바람으로 제거할 수 없어 고순도 황산에 담가 녹여 없애야 하는데, 두 업체는 구리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를 모아 고순도 황산을 만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고순도 황산 수요가 늘자 고려아연은 5만 t대인 생산 규모를 30% 정도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4만 t대인 LS니꼬동제련도 비슷한 비율로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관련 중소기업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도체용 감광액(빛에 반응하는 액체)과 현상액, 박리액 등 액체화학물 등을 생산하는 동진쎄미켐은 상반기 매출 3207억 원, 영업이익 34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27% 늘어난 것이다. 1년 전 8000원대이던 주가는 16일 1만6850원으로 올랐다. 식각액 생산업체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40% 넘게 상승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반도체#슈퍼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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