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4> 中의 약속과 다짐이 미덥지 않은 7가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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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재재 결의안 2371호를 5일 통과시킨 지 9일 만인 상무부가 14일 ‘이행 공고’를 올렸다.

지난해 1월 4차 핵심험에 대한 제재로 유엔 결의안 2270호가 통과된 뒤에는 35일, 9월 5차 핵실험에 대한 결의안 2321호가 나온 뒤 12일 걸린 것에 비하면 또 다시 3일이 단축됐다. 15일부터 북한산 석탄과 철, 철광석, 납, 납광석, 수산물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내용도 역대 최강이다.

이걸로만 보면 중국이 유엔 결의안 이행에 대한 의지가 점차 강해지고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진정성을 보일까’하면서 뭔가 미덥지 않고 의혹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 중국이 보여준 모습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 미국의 압박에 못이겨

중국 상무부가 서둘러 공고를 올린 것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가 ‘이행 공고’를 올리기 2일 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14일(중국 시간 15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구두 통보를 받았다. 미국이 ‘무역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북한 핵개발 저지에 나서도록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2. 지금도 대북 석유 수출 ‘0’인데 한 해 50만t씩 가고 있는 ‘이율배반’

상무부 공고대로라면 15일 이전 항구에 운송된 금지 물품은 반입을 허용하지만 9월 5일부터는 수입신청 후 미승인 물품까지 포함해 아예 수입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런데 중국은 공식 통계로만 보면 2014년부터 대북 석유 수출은 ‘0’다. 그럼에도 단둥에서 북한으로 가는 석유 파이프를 통해 한 해 50만t 가량은 북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위해 석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다음달부터 ‘석탄 수산물 해관통계 수입 0’라고 발표해도 석유를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3. 훙샹 그룹 조사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감감 무소식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단둥훙샹(鴻祥)집단’이 북한에 핵과 미사일 관련 전략 물자를 공급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해 9월이다. 그런데 훙샹이나 마샤오훙(馬曉紅) 회장에 대한 어떤 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에 비판적인 중화권 언론에서 ‘훙샹의 대북 전략 물자 제공’의 배후에는 중국 당국이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이 증거를 들이대며 압박해서 조사에 나서기는 했지만 중국 당국이 진정성있게 조사를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신뢰도를 높이려면 훙샹에 대한 철저한 조사 결과를 신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4.‘제 2의 훙샹’ 얼마든지 있다

훙샹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단둥에서 만난 소식통들은 “마샤오훙 회장이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게 아니다. 돈만 주면 북한에 물자를 보내거나 들여오는 것 문제없다. 북한에서 금을 못 들여오게 하면 ‘은’이라고 서류를 만들어 가지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얘기를 나누던 호텔 커피¤ 밖의 ‘압록강 철교’를 가리키며 “저기 오가는 화물차를 다 까고 검사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훙샹 한 곳을 을 잡아들여도 북한에 핵 물자를 불법 수출하는 업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5. 결의안에도 구멍 송송

지난해 3월 채택된 유엔 결의안 2270호의 맹점은 ‘석유 수입 금지하되 민생용은 제외’라는 대목이다. 북한에서 들여오는 석탄이 ‘민생용’으로 파는 것인지, 석탄을 팔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자금이 될 수 있는 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결의안 2270호는 ‘북한과 중국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농락당한 유명무실한 것이 됐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후 11월 결의안 2321호를 채택할 때 ‘총량’ 규제에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총량을 규제하든 이번 2371호 결의안처럼 전면 금지하든 공식 통계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으면 제재의 신뢰성은 높아질 수가 없다.

6.‘신의주의 벤츠’가 보여준 밀수의 추억

한 때 단둥 건너편 북한 신의주 강변에는 벤츠 차량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압록강 상류의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낙이나 초라한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에서도 빈부격차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데 그 보다 ‘신의주의 벤처’가 시사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치품으로 대북 금수품이었지만 밀수로 수출된 뒤 버젓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압록강 중하류에는 60개의 크고 작은 부두가 있다. 공식 수출 루트가 막히면 이곳이 분주해진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 영향이 없지 않겠으나 밀수를 통한 교류가 상당 부분 메꿔준다.
단둥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단둥은 베이징에서 멀다’는 말이 있다. 중앙 정부에서 제재로 북한과의 거래를 통제해도 단둥 등 변경지역에서는 이를 우회하는 많은 방법들을 생각해 낸다는 것이다. 법은 멀고, 이익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7. 중국 당국의 의지가 관건

중국에는 ‘위에는 정책, 아래에는 대책’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정책이나 규정이 나와도 이를 빠져나가는 계책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국의 확고한 의지가 확인되면 가급적 위반을 하지 않는다. 그 위반의 댓가가 얼마나 가혹한 지 알기 때문이다. 짙은 스모그로 악명이 높던 베이징의 공기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의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두고 논란이 없지 않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안되겠다’고 하면 지금처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에 가속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어떤 약속을 하고 ‘이행 공고’를 발표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진정성있는 의지가 있는 지 두고 지켜볼 일이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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