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폭행 실명, 살인 버금갈 범죄”… 학대男에 징역 18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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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양형 상한보다 5년 높여 선고… 아동학대 최고형량

280일.

상상조차 힘든 참혹한 폭행으로 온몸이 망가진 A 군(6)의 치료 기간이다. 불과 3개월 사이 8차례나 잔인하게 폭행당한 아이는 머리부터 다리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 A 군을 본 의료진이 진단한 치료 기간을 합치면 최소 40주. 그나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는 결국 한쪽 눈을 잃고 평생 의안(義眼)을 사용해야 한다. A 군을 이렇게 만든 20대 가해자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이 내려졌다. 대법원의 아동학대 중상해 양형 권고기준보다 5년이나 많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에 관한 특례법 시행 후 내려진 판결 중 가장 무겁다. 하지만 살인미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 “지옥 같은 3개월”


27일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희중)는 A 군을 폭행해 실명시키는 등 숨지게 하려 한 혐의(살인미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씨(27)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살인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아동학대 중상해죄의 양형기준은 4∼13년. 이 씨의 형량은 이보다 5년이나 많다. 재판부는 “이 씨가 3개월 동안 잔혹한 학대를 8차례 반복한 것은 살인 행위에 미치지는 않지만 버금가는 범죄”라고 했다.

또 이 씨의 학대를 알면서도 방치해 아들을 실명에까지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A 군의 엄마 최모 씨(35)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엄마만 믿고 의지하는 아들의 눈 부상을 8일간 방치해 실명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판결에서 새로 드러난 두 사람의 범행은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고 뻔뻔했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A 군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린 뒤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서 귀가하고 45분 만에 다시 A 군을 폭행해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다. 지난해 9월 이 씨는 A 군을 마구 때린 뒤 팔을 꺾어 부러뜨렸다. 피를 흘리며 실신한 A 군을 베란다에 옮겨 눕힌 뒤 두 시간 동안 자전거를 배 위에 올려놓았다. 자전거를 타다가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기 위한 은폐였다.

같은 해 10월 20일에는 8일간 폭행과 방치가 이어지면서 A 군은 심각한 안구 손상을 입었고 결국 실명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당시 이 씨가 종교적인 이유로 ‘부정 탄다’며 A 군의 병원 치료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최 씨 역시 이 씨에게 ‘(아들이) 판다 됐어. ㅠㅠ’라는 어처구니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씨가 3개월 동안 저지른 폭행 8건 중 4건은 A 군이 치료를 받고 퇴원한 지 사흘 내에 반복됐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폭행을 당한 것이다. 재판부는 “A 군에게 당시 3개월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이 씨의 폭력이 잦아들기만 바랄 수밖에 없는 지옥과 같은 나날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반성 안 하는 피고인들, “살인미수도 적용해야”

재판부는 A 군이 평생 몸과 마음에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며 두 사람을 질타했다. 또 A 군이 또래보다 발달이 느려지는 경계성 지적장애를 앓게 됐고 나머지 한쪽 눈의 시력마저 나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마침내 재판부가 18년형을 선고하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 씨는 움찔했다. 그러나 선고 후 법원 직원이 판결안내문을 건네자 한 글자도 빼놓지 않겠다는 듯 꼼꼼히 읽었다. 엄마 최 씨는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정면만 응시했다.

시민단체인 아동학대예방시민모임 등은 선고 후 “두 사람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모임 측은 이 씨의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항소심에서 형량이 감경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피해아동 변호를 맡았던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상희 사무차장(35)은 “2014년 관련 법 시행 후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는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며 “양형 기준을 넘는 처벌을 했지만 살인미수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했다. 검찰도 동거남이 ‘계속 폭행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살인의 고의를 가졌다고 보고 항소를 검토 중이다.

한편 A 군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를 보호하고 있는 전남서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각계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시민은 A 군 입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지혜 전남서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사실상 혼자인 A 군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며 “A 군이 어른이 될 때까지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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