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칼에 백기 든 BBQ “가맹점 공급원가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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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근절 대책 첫 수용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가진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필수품목 원가 공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업종 50개 브랜드에 필수품목 원가를 적어 내라고 통보하자 이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 것이다.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원가 공개에 반대해온 치킨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김태천 BBQ 대표이사는 27일 서울 종로구 BBQ 종로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의 유통마진과 공급원가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맹사업 분야의 거래 공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정부 정책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필수품목은 ‘통일성’을 이유로 가맹점주가 본부로부터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물품이다. 치킨의 경우 육계(肉鷄), 소스 등이 해당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주 수익원인 필수품목 유통마진은 베일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과는 다른 구조다. 일부 가맹본부에선 설탕, 탄산음료 등 통일성과 관련 없는 것들까지 필수품목에 포함시켜 강제구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대표이사는 “필요시 필수품목이 아닌 다른 품목의 유통마진도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BBQ의 이날 발표는 공정위가 18일 내놓은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에 대한 업계의 첫 화답이다. 공정위는 21일 50개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필수품목 원가 공개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후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다음 달 9일까지 제출하라고 못 박았다. 기한을 어길 경우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발표한 대책들을 진행하는 차원의 조사”라고 말했다.

BBQ의 ‘돌출행동’은 업계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은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박기영 회장 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임원진과 만나기 하루 전날이다. 협회 측은 당초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고 일부 물품의 공급단가를 낮추는 대신 유통마진 등 민감한 정보의 공개 수위는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BQ의 ‘원가 공개 발표’로 이런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 BBQ가 이미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반대만 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BBQ와 노선을 함께하자니 경영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치킨프랜차이즈 A사의 한 관계자는 “BBQ가 먼저 치고 나가면서 나머지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BBQ의 발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업계의 오랜 관행을 과감하게 개선하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BBQ가 공정위 직권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리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BBQ는 지난달 초 치킨값을 2000원 올렸다가 공정위 현장 조사가 들어온 직후 가격 인상을 철회하기도 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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