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문무일 검찰인가, 윤석열 검찰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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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좌지우지한 검찰인사… 검찰총장도 예외 아니었다
수하의 핵심 보직 인사 못하고… 강력한 서울중앙지검장 위에
해야 할 숙제만 많은 검찰총장… 검찰 이끄는 건 여전히 청와대

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검찰이 3일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민 두 후보는 문무일 오세인 당시 고검장이었다. 둘 다 사법연수원 18기다. 19기 봉욱 대검차장이 미리 임명된 상황에서 15기인 고검장 출신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가 검찰총장이 되면 대검차장과 기수 차이가 많이 나 고참 기수 밀어내기가 어려워지고 19기인 조희진 의정부지검장은 대검차장과 동기라는 게 검찰의 고민이었다.

그렇다고 문무일과 오세인의 양자대결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법무부가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 지명한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3명의 비당연직 추천위원들은 똘똘 뭉쳐 오세인의 추천 자체를 반대했다. 그러나 당연직 추천위원들은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해 오세인이 들어 있는 리스트를 놓고 가부(可否)투표를 해 6 대 3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검사의 어떤 특징이 검찰총장감을 만드는지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누구는 검찰총장감이다, 아니다는 평가는 늘 나온다. 남아있는 18기 중에서 검찰총장감을 꼽는다면 오세인이 대체로 먼저 언급됐다. 당연직 추천위원들은 둘 다 올리면 문무일이 되는 분위기라는 걸 감지했지만 문무일과 오세인이 이미 동시에 올라 있고 비당연직 추천위원들이 오세인을 떨어뜨리려 바람을 잡는 통에 그렇게 하는 것만도 선방이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을 쫓아내고 싶었다면 ‘돈 봉투 만찬’보다는 더 설득력 있는 빌미를 찾아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 사건에 책임지고 이창재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 대검차장도 옷을 벗었다. 청와대는 검사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한다는 검찰청법 규정을 무시하고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자리를 다 채우고 난 뒤에야 검찰총장 임명에 나섰다.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그의 의견을 들어 대검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된 것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차장이 임명되고 나서 검찰총장이 임명됐다. 청와대가 가장 먼저 임명해 파격적인 신임을 실어준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의 제1요처를 장악하고 있고 청와대가 솎아낼 사람은 다 솎아 내고 심을 사람은 다 심은 판 위에 검찰총장이 들어섰다. 권한은 별로 없고 숙제는 많은 검찰총장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송광수 검찰총장을 택해 고전한 경험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손으로 뽑은 검찰총장에게도 다 믿고 맡기지 못하는 듯하다.

윤대진 부산지검 차장검사가 5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밑의 1차장검사로 발령 났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발령을 보고 “청와대가 하는 인사가 확실히 맞다”고 평했다. 한낱 차장검사 인사까지 서둘러 한 것에 그렇게 평한 것이다. 윤 차장검사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의 서울대 법대 한 학번 아래다. 또 문 대통령과 검찰개혁에 관한 책을 함께 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서울대 법대 동기로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에서도 일했다.

윤 차장검사는 검찰 내의 보기 드문 운동권 출신이다. 운동권 출신이라서 무슨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고 검찰 내에서 문재인-조국 라인의 의도를 그보다 더 잘 알아들을 사람은 없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권의 검찰에서 상관과 한판 붙었던 사람이다. 그가 이 정권에서는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불도저 옆에 윤대진이라는 유도장치 겸 견제장치를 붙여 놓은 셈이다.

‘프로듀스 101’이란 오디션 TV 프로그램이 지난해와 올해 큰 인기를 끌었다. 몇 번 보다가 센터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성원 각자 다 비슷비슷한 비중의 역할을 맡고 있는 듯한 아이돌 그룹 내에서도 센터라는 좀 더 중요한 자리가 있다. 지금 검찰에서 센터는 누구인가. 문무일인가, 윤석열-윤대진 조(組)인가.

예전에는 리더가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리더는 서태지였고, 1970, 80년대 그룹사운드에도 다 리더가 있었다. 오늘날 아이돌 그룹에는 센터는 있을지언정 리더는 없다. 리더는 그룹 밖에 있다. 작곡자나 보컬 혹은 댄스 트레이너가 리드한다. 문 검찰총장은 과거처럼 검찰의 리더라고 할 수 있나. 이 정권에서 검찰의 리더는 검찰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닐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문무일 검찰#윤석열 검찰#청와대#검찰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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