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對국민 심리전 중요”… 사실상 선거개입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檢, 복구된 ‘회의 녹취록’ 법정 공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6)이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 개입을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24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법원은 이날 원 전 원장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원 전 원장의 녹취록 등 추가 증거를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 원세훈, 총선-지방선거 공천 개입 정황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09∼2012년 국정원에서 주재한 ‘전(全)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는 2013년 검찰의 ‘댓글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이 보안을 이유로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제출했던 회의록에서 삭제됐던 부분을 복구한 원본이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12년 4월 총선 직후 열린 회의에서 “심리전이란 게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내 정치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녹취록에는 2012년 4월 총선과 2010년 6월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도 담겨 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1월 18일자 녹취록에서 “12월부터 (2012년 총선) 예비등록 시작하지요? 지부장들은 현장에서 교통정리가 잘 되도록 챙겨보라.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보기관이다”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6월 19일 회의에서도 “내년(2010년) 지방선거가 11개월 남았는데 우리 (국정원) 지부에서 후보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 잘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후보 공천과 관련해 지부장들이 사람(후보자)을 추려서 추천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 외에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수사기록 등도 함께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 등을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 검찰 “불법정치 근절 위해 엄벌 필요”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원 전 원장의 범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反)헌법 행위”라며 “소중한 안보 자원이 특정 세력에 사유화되는 것을 막고 불법 정치·선거 관행을 근절하려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새로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 “한 달에 한 번 우리 간부들과 나라 걱정하면서 나눈 대화들이 범죄로 보이는 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정보전단을 동원해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국가정보원법 위반)로 기소됐다. 법원은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2015년 7월 대법원은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10월 보석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원 전 원장은 검찰 구형량대로 징역 4년형이 확정되면 3년 4개월을 더 복역해야 한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8월 30일 오후 2시 열린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원세훈#국정원#선거개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