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선박펀드 지원은 ‘언발에 오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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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 현실성 부족” 지적

정부는 20일 ‘전북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 지원대책’에서 24억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통해 신규 선박을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박펀드로 발주한 물량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 실정에 맞는 산업을 육성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반발만 사고 있는 정부 대책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 회장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발표한 선박펀드로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이 불가능하다”며 “이미 군산지역 6000여 근로자와 가족이 삶의 터전을 잃고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군산지역 조선업 관계자들은 26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새만금 방문 일정에 맞춰 항의 시위까지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선박펀드가 발주할 물량만으로는 조선소 생태계가 복원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조차 남은 일감이 1년 치에 불과해 10개 독(dock) 중 2개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미 군산지역 조선 협력사의 상당수는 폐업했다. 이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울산과 같은 선종을 짓는 군산에 일부러 물량을 배정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 전문가는 “만약 군산조선소가 주요 기자재를 부산 울산 등에서 수송해 오게 되면 물류비로 인해 제조원가가 올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 발주량을 그런 군산조선소에 준다면 해당 경영진은 배임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선 정부가 군산조선소를 위해 일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라는 평가가 적잖다. 선박펀드가 발주를 하더라도 결국 조선사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분배돼야 하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군산에 물량을 배정했다가 일본 등 외국 조선사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관광 등 대체산업 논의 나서야”

전문가들은 경쟁력이 떨어진 군산을 살리기 위해선 조선업에 매달리기보다는 대체산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조선업에 ‘슈퍼 사이클’이 다시 오기 어려운 만큼 국내 조선소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반기(1∼6월) 국내 조선업계는 28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를 수주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주량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주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의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3년에 수주한 물량(1841만6000CGT)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자리 감소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정치권의 요구에 중증 환자에게 산소호흡기를 꽂는 수준의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군산조선소를 현실적으로 재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실업 대책과 대체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정세진 기자
#군산조선소#선박펀드#정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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