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레전드’ 신성일의 폐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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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혼식에는 많은 스타들이 성장을 하고 나와 있었으며 결혼식장은 흡사 영화 촬영장 같은 착각을 할 지경이었다.’ 1964년 11월 14일자 동아일보는 은막의 황금콤비인 신성일 엄앵란의 결혼식을 이렇게 소개했다. 결혼식 초청장이 암거래되고 몰려든 팬들이 4000여 명이라니, 당시 이들의 스타 파워는 레전드급이었다.

▷부부의 연을 맺은 뒤에도 이들의 삶은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자유분방한 영혼의 남편이 그 원인제공자다. 뭇 여성의 마음을 훔친 청춘스타답게 그의 여성편력은 화려하다. 오죽하면 바람기 잡겠다며 아내가 남편의 베개에 면도칼을 넣었을까. 결국, 요즘으로 치면 ‘졸혼’을 선택한 것이 1978년. 호적상 혼인은 유지하되 아내와 떨어져 독립적으로 살고 있다. 삼수 끝에 16대 국회의원 배지도 달아봤다. 의원생활 중 뇌물수수 혐의로 2년간 옥중생활을 했지만. “엉덩이가 예쁜 여자만 보면 뛰어가서 뽀뽀해 주고 싶다” 같은 출소 후 발언에다 외도를 고백한 자서전 탓에 ‘나쁜 남자’로 낙인찍혔다.

▷남편으로는 몰라도 ‘배우 신성일’은 자기관리에 철두철미한 프로페셔널이다. 506개 작품에서 주인공만 맡은 그는 “연기를 천직으로 생각한다면 늘 준비되어 있어야 진정한 프로”라고 믿으며 몸 관리에 철저했다. 그와 교도소 동기였던 권노갑 국민의당 상임고문에 따르면 칠순 가까운 나이에 옥고(獄苦)를 치르면서도 콘크리트로 만든 역기로 틈만 나면 운동을 해 30대 못지않은 초콜릿 근육을 유지했다. 한데 어제 그가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2년 전 채널A 건강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 녹화 중 엄앵란은 유방암을 발견했다. “그렇게 욕하던 영감이 뛰어오니 든든하더라”는 엄앵란 말대로 신성일은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아내를 감동시켰다. 이제 방사선 치료를 시작한 그가 “생존율 같은 통계적인 것은 믿지 않는다”며 희망과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20세기 한국 영화사의 한 장을 장식한 레전드 배우 신성일. 강한 의지로 새 도전에서 성공하길 응원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신성일#신성일 폐암#엄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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