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한류 이끌 신세대 ‘타이얍 무슬림’ 모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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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무슬림 39%가 25∼34세
1980년대 이후 출생 교육수준 높아… K팝-드라마 등 한국문화에 호감
“다양한 콘텐츠-음식점 확충 시급”

26일 오후 말레이시아에서 온 무슬림 관광객들이 서울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특히 한류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 무슬림 ‘M세대’가 관광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한국 관광 업계에 기대감이 돌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오후 말레이시아에서 온 무슬림 관광객들이 서울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특히 한류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 무슬림 ‘M세대’가 관광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한국 관광 업계에 기대감이 돌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만난 말하이니 씨(42·여) 부부는 한국 문화에 빠진 10대 두 딸의 성화에 22일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왔다. 작은 딸 사브리나의 배낭에는 국내 아이돌그룹인 갓세븐 멤버들의 얼굴이 담긴 배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배우 이민호의 팬이라는 큰딸 푸트리는 “명동에 한류 스타 관련 상품을 파는 가게가 많아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잔뜩 샀다”라고 자랑했다.

경복궁, 서울타워, 남대문시장 등을 이미 돌아본 이들은 이날 저녁 노량진 수산시장에도 들렀다. 해산물은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음식이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다. 27일엔 한류 드라마 촬영지인 강원 춘천시 남이섬에 간다. 이곳엔 무슬림 기도실과 할랄 레스토랑 등이 있어 무슬림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무슬림인 ‘타이얍(Tayyab)’ 세대가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타이얍이란 이슬람 전통을 따르면서 현대적 가치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 2위 규모인 무슬림 관광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들을 적극 유치하는 데 필요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무슬림 관광객은 98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3.1%나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이들은 증가세다. 4월 관광통계를 보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의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15.1%나 늘었다.

관광업계는 1980∼2000년대에 태어난 타이얍 세대들이 한국을 많이 찾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지키면서도 해외 관광을 즐기고 외국의 패션·뷰티나 대중문화 등을 쉽게 받아들인다.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교육 수준이 높고 현대적 생활 방식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무슬림 소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9∼12월 한국관광공사가 무슬림 인구가 대다수인 아시아 중동 지역의 개인 관광객의 연령을 조사한 결과 25∼34세 관광객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한국을 찾은 이유로 ‘문화에 대한 관심’(22.2%)을 많이 꼽았다.

연평균 8.2% 성장하는 무슬림 관광 시장을 겨냥해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말부터 무슬림 친화식당 인증 사업 등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인증을 받은 더플라자호텔 관계자는 “인증을 받은 후 무슬림 손님이 전년 대비 200% 늘었다”고 전했다.

초기 단계여서 보완할 분야도 많다. 음식 외에는 타이얍 세대를 만족시킬 콘텐츠가 많지 않다. 또 정부 인증 무슬림 식당 135개 중 85개가 서울에 쏠려 있고 주요 관광지인 제주도에는 5곳에 그쳤으며, 전라도에는 한 곳도 없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류라는 매력적인 문화가 있는데도 이를 활용한 상품이나 무슬림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류 체험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 개발과 기도실 및 할랄 음식점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타이얍 무슬림#관광#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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