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들어 미국 쓸어버릴 것”… 19분간 포위당한 美대사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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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등 주말 사드반대 집회

토요일인 2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 미국대사관 앞을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인간띠 잇기
 방식으로 미국대사관 주변을 동시에 에워싸고 부부젤라 등을 부는 등 이른바 ‘포위 집회’를 열었다. 전날 법원의 조건부 허용 
결정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이날 미국대사관 포위 집회가 진행됐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토요일인 2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 미국대사관 앞을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인간띠 잇기 방식으로 미국대사관 주변을 동시에 에워싸고 부부젤라 등을 부는 등 이른바 ‘포위 집회’를 열었다. 전날 법원의 조건부 허용 결정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이날 미국대사관 포위 집회가 진행됐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주한 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사상 첫 ‘포위 집회’가 열렸다.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노골적인 반미 구호가 경쟁하듯 쏟아졌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압박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24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참여하는 사드저지전국행동(전국행동)이 주최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집회가 열렸다.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NO THAAD(노 사드)’라고 적은 대형 깃발이 휘날렸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집회는 시작됐다. 연단에 선 주최 측 인사들의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졌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촛불항쟁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불필요한 사드를 당장 가져가라고 통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소속 김종훈 의원(울산 동)은 “(한미)동맹이 협박의 연속이라면 동맹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이) 우리의 간절함에 상처를 입힌다면 문 정부와도 싸울 수밖에 없다는 걸 경고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파기’ 등이 언급될 때마다 참가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광화문 일대 행진 도중 나온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김재하 민노총 부산지역본부장은 “미국 추종하는 놈들은 (국내에) 20%도 안 된다”며 “미국이 압박하면 (대통령은) 국민에게 호소해라. 우리가 촛불 들어 미국을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한 명은 마이크에 입을 대고 10초가량 ‘윙’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오산 등 미국 레이더기지에서 나는 소리”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부부젤라와 호루라기 등을 불고 ‘촛불의 명령’ ‘사드 철회’ ‘노(NO) 트럼프’ 등을 외쳤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2km 거리를 행진했다. 서울광장에서 세종대로 사거리를 거쳐 종로1가 사거리(종각역), 우정국로 등을 돌아 미 대사관을 향하며 최대 3개 차로가 통제됐다. 토요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차량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종로1가 사거리에서 세종대로 사거리 방향은 약 1시간 동안 교통이 통제돼 차량들이 광교 사거리 방향 등으로 우회해야 했다.

행진 막바지 코스인 종로구청을 지난 뒤 미 대사관 ‘포위’가 시작됐다. 전날 법원의 ‘1회에 한해 20분 이내 통과’라는 조건부 허용으로 이뤄진 것이다. 오후 6시 32분부터 시위대는 미 대사관 뒷길로 행진한 뒤 멈춰 섰다. 인간 띠를 만들어 파도타기를 진행하고 부부젤라와 호루라기를 불며 대사관을 향해 ‘노 사드, 노 트럼프’ 등을 외쳤다. 미 대사관 ‘포위 집회’는 19분간 진행됐다. 집회 마지막 미 대사관 정문 앞에서는 ‘사드강요 미국규탄 NO THAAD NO TRUMP’ 문구와 함께 사드 미사일과 돈뭉치를 입에 문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노란색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25일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사드 배치’ ‘한미동맹 강화’ 등을 외치는 보수단체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주최 측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6·25전쟁 기념 국가안보 및 국민회의 집회를 열고 탑골공원부터 중구 대한문까지 약 1.6km 구간을 행진했다. 6·25전 참전용사 등으로 구성된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에 사드 반대를 외치는 좌파들의 선동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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