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높은 담 쌓고 사는 중국인, 목청도 커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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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오영욱 지음/312쪽·1만5000원·스윙밴드

한 여성이 중국 난징에 있는 전통 건물 사잇길을 걷고있다. 높은 담이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스윙밴드 제공
한 여성이 중국 난징에 있는 전통 건물 사잇길을 걷고있다. 높은 담이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스윙밴드 제공
올 3월 나는 중국 베이징 칭화(淸華)대 근처 아파트 단지에 꼼짝없이 갇혔다.

칭화대 내부를 둘러본 뒤 일행과 만나기로 약속한 유명 서점으로 서둘러 돌아오는 길이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큰길을 버리고 구글 맵을 켠 채 골목으로 들어갔다. 맵에 뜬 행선지까지 최단거리를 따라 아파트 단지를 종단했는데, 아뿔싸 입주민만 통과할 수 있는 거대한 벽이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한국 아파트의 개별 동(桐) 출입문에 익숙한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거대한 단지를 한참 걸어온 터라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분명 아파트 정문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대로에 접해 있었다. 현지에 사는 지인은 “중국의 오랜 폐쇄적 주거구조는 현대 아파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둘러본 경험을 에세이로 정리한 이 책을 보는 내내 베이징에서 겪은 일이 떠올랐다. 제목에 등장한 ‘시끄러운 중국인’의 기원도 폐쇄적인 주거 공간에서 연유한 거라는 저자의 설명 때문이다. 건축가인 그에 따르면 중국은 예부터 거대한 성벽을 두른 도성(都城) 내부를 높은 담장으로 구획하는 방식을 따랐다. 곳곳에 설치된 담장이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다 보니 소통을 위해 고함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독특한 도시 구조가 중국인들의 속성을 결정한 셈이다.

지은이 역시 중국 아파트의 특이한 구조를 인상 깊게 본 듯하다.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근현대 아파트 단지 역시 옛 습성을 유지한다. 불친절하게 닫혀 있어 외부인을 위축되게 한다”고 썼다.

당나라 수도였던 시안(西安)을 여행하며 동시대 신라의 경주, 일본의 헤이안쿄(平安京·현 교토)를 비교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평지에 자리 잡아 네모반듯한 궁성과 바둑판식 시가지를 갖춘 시안, 헤이안쿄와 달리 사방이 산으로 막힌 경주는 자연 곡선을 살렸을 거라고 저자는 추정한다. 반달처럼 휘어진 모양의 경주 월성(月城)을 떠올리면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일 수 있을 것 같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오영욱#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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