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5년 대통령의 저도 별장 처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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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의 청남대(靑南臺·남쪽 청와대)에서 잤다. 다음 날 노 대통령은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만든 청남대를 대선 공약대로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반환식에 앞서 하룻밤을 묵는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이후 노 대통령은 여름휴가 때 경남 거제 저도(저島)와 충남 유성, 제주도 서귀포 등 호텔에 묵었다. 하지만 경호에 어려움을 겪자 “청남대를 괜히 없앴다”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청와대 앞 궁정동 안가(安家)를 굴착기로 밀어버렸다. 1979년 10월 26일 만찬 도중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곳이다. 청와대 주변 궁정동과 청운동, 삼청동 등의 안가를 둘러본 김 대통령은 “여자들하고 노는 집 아이가”라며 철거를 지시했다. 밀실정치 현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해 시민 품에 안겨줘 박수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여름엔 단골 휴양지인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 겨울엔 하와이에서 호화 별장을 빌려 보름 이상을 보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의 캠프데이비드를 149회 찾아 487일이나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겨울백악관’으로 삼았다. 어디든 대통령도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푹 쉴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다.

▷청와대가 마지막 대통령 별장인 저도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해군과 협의 중이다. 저도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청해대(靑海臺·바다의 청와대)로 명명하고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첫해 여름 휴가 때 하룻밤 머물며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은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에서 ‘5년 전세 산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을 처분하는 것이 어떤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별장을 ‘사치품’으로 여기는 시선도 이젠 달라질 때가 됐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노무현#대통령 별장#청남대#김영삼#버락 오바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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