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의 取中珍談]정권 따라 춤추는 통일정책, 이제 그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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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논설위원
하종대 논설위원
남북문제를 두고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얘기하다 보면 당황할 때가 많다. 우리의 대북 정책을 생각보다 모른다. 가장 잘 아는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陽光政策)이다. 바이두(百度)에 들어가면 용어풀이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은 취지만 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대부분 뭔지 잘 모른다. 여기에 6·15선언, 10·4선언 등 진보 정권의 남북 합의를 존중한다는 말이 들어 있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5년마다 바뀌는 對北정책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은 한국인도 잘 모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5공화국의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이나 6공화국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문민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이름만 들어도 헷갈린다. 박근혜 정부 초기 한반도 전문가를 초청한 베이징의 한국 외교관은 정작 박 정부와 역대 정부의 정책 차이를 묻는 중국학자의 질문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고 한다.

반면 중국은 일관된 한반도 정책을 표방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비핵화,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 등 3원칙을 시종일관 견지한다. 미국 역시 한미동맹이나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변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평화 안전의 린치핀(lynchpin·핵심 축)으로 강철같이 변하지 않을 것(ironclad and immutable)이라는 말은 정권이 바뀌어도 똑같다. 북핵 불용(不容)의 원칙도 명확하다. 전략적 인내든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든 전술이 달라졌을 뿐이다.

북한 역시 남북문제에 관한 한 일관성이 있다. 북한의 통일방안인 고려연방제는 1960년에 나왔다. 1973년 단일 국호의 명칭을 고려연방공화국으로, 1980년엔 ‘고려민주연방공화국’으로 바꿨지만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라는 핵심 틀은 바뀐 적이 없다. 미군 철수나 북-미 평화협정 체결 요구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2005년 2월 핵 보유 선언 이후 핵 포기는 절대 거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취임 이후 첫 대북 제안을 내놨다. 핵 포기를 전제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 차이가 크다. 오히려 긴장 조성 반대와 6자회담의 재개를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과 맥이 닿는다. 설사 북한이 거부하지 않아도 동맹국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안들이 우리 내부에서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다는 사실이다. 여야는 물론 정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그러니 보수·진보 간 정권교체는 물론 같은 세력끼리 정권을 이양한 때도 정책이 확 바뀐다. 통일정책이 나올 때마다 남북 갈등 못지않게 남남 갈등이 심한 이유다.

여야 합의로 지속가능 정책을

문제는 집권자가 임기 내에 큰 성과를 거두겠다는 과욕에서 출발한다. 안보와 통일 문제는 민족의 존망을 가르는 국가의 백년대계다. 더 이상 집권세력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대북 정책은 여야 및 국민 합의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미국 중국과 협의가 잘되면 코리아 패싱을 우려할 필요도 없다. 통일정책 및 외교안보가 정권의 색깔 따라 춤추는 건 이제 그만할 때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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