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한다”→“존중한다” 美, 사드 관련 미묘한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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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두고 갈등 수습 나선듯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환경영향평가 실시와 관련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respect)’”고 언급하면서 한미 간 사드 난기류가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두 장관의 첫 통화에서 강 장관은 “사드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 절차를 취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이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존중한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가 누락된 경위 조사를 지시한 직후인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한국의 조치를)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해한다(understand)’는 표현은 외교적으로는 적극적인 지지가 아니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이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8일(현지 시간)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미국 정부에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 간 가장 민감한 이슈였던 사드 문제와 관련해 미 정부 최고위 당국자의 표현이 미묘하게 달라지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문제가 어느 정도 조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존중한다’는 표현은 문 대통령이 ‘사드 철회가 아니다’라고 거듭 밝힌 데다 외교채널 협의를 통해 사드 이견이 좁혀지면서 나온 발언”이라며 “한미가 북핵 공조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불협화음을 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장관은 28,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파이널 터치’(최종 조율)를 위해 문 대통령보다 하루나 이틀 먼저 방미해 틸러슨 장관과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강 장관이 “회담 전에 만나 파이널 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자 틸러슨 장관이 “참 중요한 이야기다. 보좌진들을 통해 일정을 조율하도록 하자”고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사드#미국#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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