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 ‘갑질’ 과징금 2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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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박근혜 정부때 고친 내용 원상복구
국정기획위 통신비 절감 대책 등 여소야대 속 국회 입법 피해
시행령-규칙 손질해 정책 실행… 무리한 추진 갈등만 키울수도

대형 마트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이 지금보다 2배로 상향된다. 자진 시정 등에 따른 과징금 감경률은 줄어들고 감경 기준도 더욱 까다로워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다음 달 12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주요 부처는 이처럼 법률안 개정이 아닌 시행령·고시 개정을 통해 주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강(强) 대 강(强)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률 개정안의 처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정부 부처가 국회 동의 없이 자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정책부터 우선적으로 시행에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회 우회 현상’이 결과적으로 민감한 정책 추진을 뒤로 미루는 것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 확대 등 이해당사자 간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책을 국회 논의 절차 없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향후 갈등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전 정권 때 줄인 과징금 기준 2배로 상향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갑(甲)질 행위’에 대한 과징금 기준이 법 위반 금액의 30∼70%에서 60∼140%로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과징금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판매촉진(판촉)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거나 납품업체의 경영정보 등을 부당하게 요구할 경우 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이는 전임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과징금 산정 기준을 ‘납품대금’에서 ‘불법 행위와 직접 관련된 금액’으로 개정한 것을 원위치시킨 조치다. 지난해 개정안을 처리할 당시 기업이 내야 할 과징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는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할 때 부과하는 과징금의 상한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도 함께 내놓았다. 반복적으로 법을 어긴 기업에 대해 과징금의 최대 100%에 해당하는 추가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이후 “행정력을 바탕으로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고 공정위 소관 하위 시행령 등을 개선하면서 재벌 개혁의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 “파급력 큰 사업, 국회 거쳐야”

국정기획위와 다른 부처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정기획위가 22일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과 고시를 개정해 시행할 사안이다.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역시 미래창조과학부 고시로 결정된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국정기획위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손을 대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 중소 가맹점 범위를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하기 위한 ‘건강보험-민간 의료보험 연계법’ 제정 정도를 제외하면 최근 법 제정·개정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이 남발되는 데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 파급력이 큰 사업들이 입법기관에서의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과징금의 경우 공정위가 기업에 무리하게 적용하다가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거나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국회 논의를 거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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