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하버드대 졸업 축사에…FT “정치적 야심 드러낸 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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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축사를 끝내면 하버드 대학에서 무언가를 끝마치는 첫 번째 일이 될 것입니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33)는 2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35분짜리 축사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과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던 대학교 2학년생 때인 2004년 페이스북을 창업하며 학교를 떠났다가 13년 만에 역대 최연소 졸업식 연사로 모교를 방문한 자리였다.

그는 자신과 졸업하는 후배들이 같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임을 강조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정체성은 국적(國籍)도, 종교도, 민족도 아닌 ‘세계의 시민’이란 점”이라며 “우리는 최고의 기회들이 글로벌한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시대의 투쟁은 자유와 개발 글로벌 공동체를 지지하는 세력 대 전체주의 고립주의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세력들의 대결이다. 또 지식의 유통, (자유)무역과 이민을 지지하는 세력 대 이런 것들을 둔화시키려는 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건 국가 간의 전투가 아니라, 이념의 격돌”이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 대목에서 “부의 재분배, 지속적인 재교육, 형사사법제도 개혁 등을 통해 사회의 고장 난 시스템을 뜯어고치자”고 주장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통령직을 포함한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연설”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연설 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번 연설은 내게 중요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연설문을 썼다. 내 메시지는 목적(purpose)에 관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목적을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모든 이가 목적의식을 가진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세대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목적의식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열쇠이자, 우리 사회를 진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졸업식에서 명예박사학위을 받았는데 그 사진과 함께 “엄마, 제가 (언젠간 학교로) 돌아가서 학위를 받을 거라고 늘 말했죠”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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