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전세 든걸로 생각” 회계 투명성 솔선수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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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수석·보좌관회의]문재인 대통령, 특수활동비 개혁 시동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전세를 들어왔다고 생각하시라”란 이정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말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앞으로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대통령의 사적인 활동에 대한 비용은 대통령 월급에서 부담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인 ‘눈먼 돈’으로 꼽혀온 특수활동비에 대한 수술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용하는 특수활동비부터 대폭 줄이고 투명성을 높여 각 부처에 퍼져 있는 특수활동비 사용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정보수집 활동과 사건 수사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비용이고, 특정업무경비는 감사·조사 등 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현금으로 지급되고 보통 사용한 뒤에도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최근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감찰 지시의 배경이 됐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간 ‘돈 봉투 만찬’ 사건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격려금의 출처가 특수활동비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중 12억 원을 차명계좌로 빼내 구속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돈 봉투 만찬 사건’ 직후 특수활동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 사용 전반을 들여다보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스스로 식비를 비롯해 치약, 칫솔 등 개인 비품 구매비, 난방비 등 문 대통령과 가족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은 모두 대통령의 월급에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이달 10일 취임한 이후 가족 식사 대장을 비치했다”며 “공식 회의 명목의 식사 외 모든 식사는 비용을 추정해 급여에서 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배정받은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줄여 남은 예산을 일자리 창출에 쓰기로 하고, 사용 명세의 투명성을 대폭 높일 예정이다. 청와대가 먼저 직원들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대한 증빙 서류를 작성하도록 해 ‘쌈짓돈’처럼 쓰이던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외교·안보 등 비밀 유지가 필요한 분야에선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되 사전에 엄격하게 경비 소요 규모를 추정해 낭비를 막을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수 국정활동의 유형을 구분해 대외적으로 공개가 가능한 활동을 분류하고 어떤 활동을 통해 특수활동비를 얼마나 썼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해서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특별활동비에 대한 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총 8870억 원에 이르며 국가정보원(4860억 원), 국방부(1783억 원), 경찰청(1298억 원), 법무부(286억 원) 순으로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반적인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이후에도 증빙서류 등이 잘 갖춰지지 않으면 투명성을 높일 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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