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한번 안마주친 40년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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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첫 재판]박근혜 前대통령 무표정으로 앞만 응시
최순실 “법정 나오게 한 제가 죄인… 검찰이 대통령 유죄로 몰아” 울먹

‘40년 인연’이 무색한 3시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순실 씨(61)는 재판 내내 단 한마디 대화는커녕,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최 씨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글썽였다.

최 씨는 23일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서면서 맞은편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을 보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 씨 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 꼿꼿이 앉아 검사들이 앉아 있는 정면만 바라봤다.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최 씨는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무직’이라고 답하자 최 씨는 울컥했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최 씨 자신의 직업과 주소 등을 재판부에 밝히는 동안 흐느끼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최 씨는 작심한 듯 또렷하게 말을 쏟아냈다. “40여 년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이나 이런 범죄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제가 처음 재판을 받을 때 한웅재 검사님(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박 전 대통령 축출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건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유죄로) 몰고 가는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이 재판이 정말 진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허물을 벗겨주고, (박 전 대통령을) 나라를 위해 살아온 대통령으로 남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대로였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는 법정에 없는 사람 같았다. 박 전 대통령 특유의 단호한 결기가 느껴졌다. 10분간의 휴정 시간에 두 사람이 법정 밖에 나갔다 다시 들어온 뒤에도 두 사람 사이엔 말 한마디, 눈길 한 번 오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듯 최 씨는 이전 재판에서보다 더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최 씨는 자신이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저나 박 전 대통령이 한 게 아니라 박원오(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란 사람이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의 최 씨는 머리가 여러 군데 하얗게 센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구속 수감될 당시보다 볼살이 많이 올라 있었다.

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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