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에 보 수문열면…” 속타는 농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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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일부 수문 상시 개방’ 걱정
저수율 뚝… 보령댐은 10.9% 그쳐… 지역 공단들도 용수 부족 시달려
기상청 “7월까지 평년보다 비 적어”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봄 가뭄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4대강의 일부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한다는 정책까지 발표한 터라 가뭄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23일 여름 기상 전망을 발표하면서 “맑고 건조한 날이 이어져 7월까지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겠다”고 내다봤다. 장마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예보관은 “장마전선이 고기압에 밀려 남부지방에 머물면서 보통 6월 말 시작하는 중부지방 장마가 뒤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기 충남 강원의 봄 가뭄 지역 민심은 타들어가고 있다. 충남지역에는 5월 들어 22일까지 단 한 차례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충남의 올해 강수량은 143.4mm로 평년(236.6mm)의 60.2%. 생활 및 공업용수를 담당하는 대청댐 보령댐 용담댐의 저수율은 각각 56.6%, 10.9%, 40.4%에 그쳤다. 공업단지들도 용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간척지인 충남 서산시 천수만 A지구의 경우 농업용수원인 간월호는 저수율이 44%로, 평년 저수율(82%)의 54% 수준이다. 염도가 높아져 활용조차 어렵다. 천수만 AB지구경작자연합회 이우열 회장은 “염해의 원인 파악과 염도 측정, 이에 따른 올해 벼 재배 가능 여부 등을 면밀히 추적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경기도에서 가뭄이 가장 심한 안성시 마둔저수지의 22일 저수율은 7.9%, 금광저수지 저수율은 10.8%다. 지역 농민들은 2월부터 인근 하천 물을 끌어올려 간신히 모내기를 마쳤다. 강원도도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강수량이 134.4mm로 평년 249.5mm의 54%를 기록했다. 현재 도내 저수지(관리대상 79곳)의 평균 저수율은 59.9%로 강원도는 22일부터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4대강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해도 괜찮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하천관리 전문가는 “강수량과 강수지역이 편중된 나라에서 보의 유용성은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3월 25일 경계단계에 들어간 충남 보령댐은 부여의 금강 백제보 사이에 건설한 도수로를 통해 매일 11만5000t의 물을 끌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백제보는 이번 정부의 상시 개방 보에서 제외됐지만 앞으로 개방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물 관리 협의체가 있어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개방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상시 개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방이 결정된 보 가운데 수위가 낮아질 경우 양수 펌프를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어 펌프를 더 낮은 위치에 재설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24일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충청 전북 경남지역에 5∼30mm, 그 밖의 전국에 5∼20mm 비가 내린다. 기상청은 “강수량이 적어 가뭄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미지 image@donga.com / 태안=지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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