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종로, 휴일 車없는 거리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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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8km 구간 하반기 시범적용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종로가 주말이면 걷는 거리로 변신한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흥인지문까지 이어지는 종로 2.8km를 주말을 비롯한 특정 시간대에 보행 전용거리로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위와 우회로 같은 교통 대책이 완성되면 하반기부터 1년간 정례적으로 행사, 축제 등을 개최한 뒤 2019년부터 지역상권과 연계해 상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심권의 보행 전용거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표방하는 ‘걷는 도시’의 대표 정책이다. 차량 이동이 적은 휴일에라도 찻길을 인도로 바꿔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 도심 몇 곳은 이미 사람만이 다니는 길로 변하기도 한다. 2012년 광화문 삼거리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550m의 세종대로를 시작으로 청계천로(880m), 덕수궁길(310m),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 장충단로(310m)는 주말이나 평일 특정 시간대에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서울시청 뒤 무교로(200m)도 최근 평일 점심에는 보행 전용거리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종로는 이들 보행 전용거리와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2.8km의 길이뿐만 아니라 폭도 왕복 8차로나 되는 큰길이다. 서울시는 종로가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은 주말과 공휴일에도 차로로 운영되면서 도심권 보행 흐름을 단절한다고 보고 있다. 종로가 보행 전용거리가 되면 세종대로와 청계천, 최근 개장한 서울로7017(옛 서울역고가도로)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보행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종로 남쪽으로 청계천까지, 북쪽으로는 율곡로 등까지의 중심업무지구(CBD) 길도 한꺼번에 보행자 전용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종로를 사람들이 걷게 된다면 휴일마다 공동화(空洞化)에 시달리는 종로 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유입되면서 활력을 잃어가는 종각은 물론이고 종로 5, 6가 일대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보행 전용거리로 운영하면 각종 행사와 축제가 열리고, 푸드트럭 같은 먹거리 판매도 활발해져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종로가 여러 상권을 연결하는 도심 광장 역할을 하면서 근처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의 핵심 차로를 휴일에 보행자 전용으로 바꾸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1970년 긴자(銀座)를 시작으로 아키하바라(秋葉原), 신주쿠(新宿) 등 핵심 상권의 도로들이 휴일이면 보행 전용으로 바뀐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도 마찬가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걸림돌은 교통 대책이다. 종로는 서울의 동서를 연결하는 중심 도로일 뿐 아니라 45개 버스 노선이 지나는 대중교통 중심지이기도 하다. 인근 을지로와 율곡로에도 각각 17개와 10개의 버스 노선이 지나고 있어 이들이 뒤엉키지 않게 우회로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09년 9월 22일 오전 일회성으로 해본 ‘차 없는 날’과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열리는 연등행사 때의 교통 대책을 참고해 우회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8월이면 종로에도 중앙버스전용차로 승차대가 설치되지만 사람들이 걷는 데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이동형 승차대여서 보행 전용거리로 변신하면 길가로 움직이게 된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종로#휴일#자동차#거리#보행 전용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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