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이 사라진다… 매년 2곳 무인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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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개 유인도 출생-사망률 분석


전남 여수시에서 뱃길로 두 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광도. 면적 74만9956m²인 이 섬에는 1970년대만 해도 어업에 종사하는 수십 명이 거주했다. 분교가 있을 만큼 아이들과 젊은 부모들도 살았다. 하지만 현재 주민은 노인층 1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마저도 주로 여수 시내에 살면서 일주일에 1, 2일씩 섬으로 들어가 마을을 돌보는 정도다. 광도 어촌계장 허종윤 씨(68)는 “주민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로 며칠 전에도 두 분이 돌아가셨다. 내가 아주 젊은 축에 속한다”며 “섬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향후 50년 내에 무인도로 바뀌는 섬이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섬의 인구변화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와 독도를 제외한 전국 유인도서(有人島嶼) 469개 가운데 63개 섬의 인구가 50년 이내 ‘0’명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섬들이 속한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출생률과 사망률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다. 계산상 한두 명만 남아 사실상 마을이 사라지는 섬도 38곳이었다. 1년에 유인도 2곳이 무인도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69개 유인도서의 인구는 모두 84만4156명. 그러나 2066년에는 55만8583명으로 33.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섬을 제외한 전체 육지 인구 감소율(31.5%)보다 빠른 추세다. 육지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 섬 주민의 고령화 탓이다. 인구 변화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제도 인구를 뺀다면 전체 58만7156명에서 30만258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특히 현재 주민이 10명 미만인 47개 섬 중 37개는 50년 내 완전히 비게 된다.

소멸 위기를 맞은 섬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전남이다. 전남에서만 40개 섬이 50년 후 무인도가 된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18km 떨어진 각흘도는 최근 마지막 주민인 조모 씨(80·여)가 주소를 옮기면서 무인도가 됐다. 여수시 초도는 아직 주민 408명이 살고 있지만, 초도분교가 올해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등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함한종 진도군 관매도 이장(54)은 “젊은이들이 들어가 살지 않으면 결국 무인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섬마을 소멸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낙도(落島)보전 기본방침’을 바탕으로 외딴섬의 국유화 및 주민 이주 장려, 행정기관 설치 같은 무인화 방지 대책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한때 일본인이 거주했지만 무인도가 된 뒤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섬의 수 통계마저 정부 부처마다 다를 정도로 정책 수준이 미흡한 형편이다. 행정자치부의 ‘도서백서’(2010년)에는 3339개로 적시돼 있지만 해양수산부의 ‘무인도서 실태조사’(2006년)에서는 3169개, 국토교통부의 ‘지적통계연보’(2016년)에는 3677개로 돼있다. 이제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는 “섬은 해양주권 수호와 국토의 외연적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지니고 있다”며 “인구 감소 현상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섬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 / 여수=이형주 기자
#섬마을#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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