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강도 권총, 70년전 만든 美레밍턴 45구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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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14년전 병원장 심부름 갔다가 칠곡 빈집 창고서 발견후 보관”
범행 한달전부터 농협 6차례 답사


경북 경산시 농협 강도사건 피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권총은 미국 총기회사 ‘레밍턴 랜드’에서 제조한 45구경(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경찰이 권총 상태를 확인한 결과 손잡이 부분에 ‘REMINGTON LAND’라고 영문 브랜드가 있었다. 일련번호는 지워졌지만 총기 오른쪽에 모델명으로 추정되는 ‘1911A’라는 기호가 남아 있다. 경찰은 1942∼1945년 제조한 ‘M1911A1’ 모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모델은 미 육군의 공식 권총으로 1911년부터 쓰였으며 수요가 늘면서 레밍턴과 또 다른 총기 제조사인 콜트가 같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권총의 정확한 제조 및 국내 반입 연도를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이나 우리 군에서 같은 모델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이날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2003년 대구지역 모 병원에서 근무하던 피의자 김모 씨(43)는 병원장의 심부름으로 경북 칠곡의 빈집에 물건을 찾으러 갔다. 김 씨는 집 안을 살피다가 우연히 창고 선반에서 권총과 탄환이 7발씩 들어 있는 탄창 2개, 5발이 들어간 탄창 1개를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권총을 습득한 후 녹이 슬지 않도록 기름칠을 해가며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 쏜 1발을 제외한 실탄 11발은 찾았지만 김 씨가 숨겼다고 진술한 나머지 실탄 7발이 든 탄창의 행방을 찾고 있다. 김 씨가 범행 전 시험 사용을 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지목한 병원장을 상대로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칠곡에 있다는 주택도 정밀 수색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김 씨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거짓말탐지기 사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7년 고향인 경산에 귀농했다. 일반 군부대에서 병장으로 제대했을 뿐, 총기 관련 일을 해 본 경험은 없다. 엽총 같은 다른 총기를 등록한 기록도 없다. 범행은 한 달여 전부터 준비했고 해당 농협은 6차례 정도 들러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산=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농협#강도#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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