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이 자주 언급한 단어는…문재인은 일자리-경제, 안철수는 미래-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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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17만개 단어 빅데이터 분석


“정말 답답합니다. 미래를 향한 발전적 토론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23일 오후 열린 TV토론회 초반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토론 상황을 평가하며 ‘미래’를 언급했다. 그는 이날 미래라는 단어를 6번이나 꺼냈다. 이런 식으로 안 후보는 대선 정국에서 미래라는 단어를 200번이나 입에 올렸다.

본보가 4∼23일 5당 대선 후보의 연설과 토론회 발언, 인터뷰 내용 등 단어 약 17만 개(글자 수 약 76만 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중의 한 내용이다. ‘국민’ ‘우리’ ‘대통령’ ‘대한민국’ 등은 모든 후보가 많이 언급한 단어였다. 하지만 이런 공통 단어를 제외하면 각 후보가 강조하려는 단어들의 차이가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252회) ‘경제’(205회) ‘산업’(110회) 등 정책과 관련한 단어를 자주 말했다. 배영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의 의미와 역할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이념 논쟁으로 가면 불리한 구도가 벌어질 수 있으니 정책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권교체’라는 단어도 170회나 꺼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제1야당이 가진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대중의 ‘정권 심판’ 심리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미래를 강조하는 것에 전문가들은 “과거와 미래라는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윤 센터장은 “본인은 미래고 다른 후보는 과거라는 프레임을 계속해서 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과거와 미래라는 구도가 구축되면 문 후보에 비해 자신을 ‘미래 세력’으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150회)이라는 단어도 많았다.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안 후보의 주요 의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서민’(208회)이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스스로를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로 설명하며 중산층과 서민을 챙기겠다는 점을 앞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233회) ‘노조’(143회) 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념적 대립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보수’(167회)라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자신이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됐다. 홍 소장은 “‘분열’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 주도권 싸움’을 1차적인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분야에서 ‘경제’(172회)를 자주 언급하는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개혁’(133회) ‘촛불’(104회)을 자주 언급했다. ‘장애인’(87회) ‘농민’(78회) ‘노동자’(61회) 등의 발언 빈도도 높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상대적으로 지지층 외연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특성을 강조하고 이념적 노선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위은지 기자
#대선#빅데이터#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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