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객실 절단해 수색” vs 유가족 “침몰 증거물 훼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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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또다른 고민 ‘선체 절단’

세월호 화물칸 입구에 뒤엉켜 있는 승용차와 굴착기 26일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에 올려진 세월호 선미 쪽 화물칸 입구에 승용차와 굴착기가 뒤엉켜 있는 모습(사진 속 실선 안 왼쪽부터)을 현장 작업자가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화물칸 입구에 뒤엉켜 있는 승용차와 굴착기 26일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에 올려진 세월호 선미 쪽 화물칸 입구에 승용차와 굴착기가 뒤엉켜 있는 모습(사진 속 실선 안 왼쪽부터)을 현장 작업자가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누워 있는 세월호를 제대로 수색하려면 3등분해야 한다.”(해양수산부)

“절단하면 증거가 훼손돼 침몰 원인을 영원히 못 밝힐 수 있다.”(유족 측)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면 해수부와 유족 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세월호 절단 문제에 당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좌현으로 90도 누운 세월호를 바로 세우기는 어렵다고 보고 선체를 절단해 내부를 수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일한 일부 민간 전문가는 반대하고 있다.

○ 세월호 선체 절단 놓고 이견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 위의 세월호는 물과 기름을 빼내고 이르면 28일 87km 떨어진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목포신항까지 10∼12시간이 걸린다. 목포신항으로 오면 화이트말린 선체 바닥의 높이 1m 철제 받침대에 놓인 세월호 선미가 먼저 철제 부두에 정박한다. 대형 구조물 운반에 쓰이는 멀티모듈 76대를 사용해 1만1000t으로 추정되는 세월호를 들어 철제 부두 쪽으로 300m가량 옮겨 거치하는 것도 고난도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기울어진 세월호 선체를 세우기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내부 화물이 움직이면서 벽을 파손하는 등 위험 요소도 많다. 그러나 출입구가 바닥을 향해 있어 막힌 상태에서는 시신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가 쉽지 않다. 해수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세월호를 인양하면 선체를 아랫부분 화물 덱과 윗부분 여객 덱을 수평, 수직으로 3등분해 유해 수색에 나서겠다고 지난해 8월 발표했다. 무리하게 세우면 내부의 각종 집기 등이 엉켜 진입통로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유족과 일부 전문가는 절단을 하면 선체 내부에 엉킨 화물 등이 쏟아지면서 침몰 원인을 밝힐 증거가 사라질 수 있고 유해가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흥석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은 “400t으로 추정되는 적재 화물이 쏟아져 내리면 증거로서의 세월호가 훼손된다”며 “고열로 쇠를 녹인 뒤 바람으로 쇳물을 날려버리는 ‘산소 절단’ 방식도 주변부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유해 발굴 전문가인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부분적으로 잘라낸다 해도 외부 충격으로 유해가 섞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일단 “1차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선체조사위원회와 협의하겠다”며 절단 여부 결정을 유보했다. 그러나 배를 잘라도 진상 규명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장기욱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과장은 “화물 적재 위치와 상태를 체크해 두면 화물이 쏟아진다고 해도 증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 “기계·전기적 결함 확인을 위해 조타실, 기관실로 이어진 배선은 하나씩 표기해 뒀다가 다시 연결하면 된다. 기술적으로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 절단 위치-선체조사위 역할도 논란

조사위가 선체 절단에 동의한다 해도 자르는 위치가 문제다. ‘ㅗ’ 모양으로 배를 3등분하는 해수부안(案)에 대해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는 “여객 덱 선미 부분 2층과 3층 사이에 외부로 통하는 구멍이 뚫려 있어 그곳을 절단하면 선체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해수부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쟁점들을 조율해야 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꾸려지지도 않았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조사위 구성을 위해 국회는 28일에야 본회의에서 선체조사위원 8명 선출안을 의결한다. 특별법과 관련한 시행령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이다.

특별법에 명시된 조사위 권한도 모호해 또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 업무는 △세월호 선체 조사 △인양 과정에 대한 지도·점검 △미수습자 수습,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 과정 점검 등이다. 명시된 ‘점검’과 ‘지도’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추천된 일부 조사위원은 ‘인양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장완익 변호사는 “해수부가 수색과 선체 정리 작업을 주도하고 조사위는 의견 표명만 하는 역할로 남지 않도록 구체적 시행령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양 지점에서 조류를 타고 10km 떨어진 섬까지 퍼지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 등에 따르면 1580ha에 이르는 해당 섬 지역 양식장 중 미역 양식장 약 400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야 best@donga.com·김단비 / 진도=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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