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1년 영업정지… 분식회계 철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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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5조 분식 방조” 중징계, 업계 2위 신규계약 못해 지각변동


대우조선해양의 5조 원대 분식(粉飾)회계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1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회계업계 2위인 안진의 중징계로 회계업계 순위 재편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안진에 대해 12개월 부분 영업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진은 앞으로 1년간 상장사와 비상장 금융사, 증선위가 지정한 일부 법인과 신규 감사계약을 맺을 수 없다. 기존에 안진과 신규 감사계약을 맺은 회사는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 다만 이미 계약이 돼 있는 1, 2년 차 상장사의 감사업무는 계속 맡을 수 있다. 상장사는 3년 주기로 감사 수임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안진에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 원과 과태료 2000만 원도 부과했다. 이번 징계안은 4월 5일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돼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증선위가 중징계를 내린 것은 안진이 대우조선 분식회계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분식을 묵인 및 방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진의 감사팀 담당자들이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알았으면서도 이를 묵인했고, 안진의 내부 품질관리실은 형식적으로 감사품질 관리를 해 이를 방조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주요 회계법인에 영업정지를 내린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중 1년간 영업정지는 가장 강력한 제재다. 지난해 말 기준 안진이 감사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는 비상장사 845개사, 상장사 223개사 등 총 1068개사다. 회계업계에서는 이번 중징계로 안진의 연간 매출이 200억 원 이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안진의 감사 매출은 1051억 원이었다.

이번 중징계로 안진이 기업과 주주, 금융 당국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만큼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정지 범위가 상장사 신규 계약과 비상장 금융회사 등으로 한정됐지만 현재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도 앞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외부 감사인을 다른 곳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안진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따라 국내 회계업계의 빅4(딜로이트안진,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체제의 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분식회계를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했던 회계법인 3곳은 모두 해산했다.

안진이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와의 파트너십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과거 산동회계법인과 제휴를 맺고 있던 KPMG는 산동이 영업정지를 당하자 제휴계약을 끊고 삼정과 손을 잡았다. 만약 딜로이트가 안진과의 파트너십을 끊으면 안진 자체가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

안진 측은 “제재 결과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며 대우조선 재무제표의 자진 수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 당국의 규제 절차를 존중한다”며 불복할 뜻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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