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국 탓’에서 ‘김광국 덕’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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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봄 배구 노리는 우리카드… 3위 상승세 이끄는 효자세터

프로배구 우리카드 주전 세터 김광국이 16일 팀 연습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공을 세트(토스)하며 밝게 웃고 있다. 김광국은 한때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이 “프로 선수도 아니다”고 비판할만큼 발전 속도가 더뎌 구단 관계자들의 속을 태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팀을 ‘봄 배구’로 이끄는 선장 노릇을 톡톡히 해낼 만큼 훌쩍 성장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프로배구 우리카드 주전 세터 김광국이 16일 팀 연습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공을 세트(토스)하며 밝게 웃고 있다. 김광국은 한때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이 “프로 선수도 아니다”고 비판할만큼 발전 속도가 더뎌 구단 관계자들의 속을 태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팀을 ‘봄 배구’로 이끄는 선장 노릇을 톡톡히 해낼 만큼 훌쩍 성장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광국(30·우리카드)은 지난 시즌까지 ‘덕분에’보다 ‘때문에’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프로배구 팬들은 우리카드가 지기만 하면 주전 세터 ‘김광국 때문’이라며 그를 비난했다. 답답한 건 본인도 마찬가지. 기대만큼 배구가 늘지 않으면서 점점 의욕도 사라졌다. 결국 그는 은퇴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코트를 떠나려고까지 했던 김광국이 이번 시즌에는 만년 하위였던 우리카드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17일 현재 승점 40점으로 남자부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우리카드는 창단 후 7시즌 만에 처음으로 ‘봄 배구’에 나갈 수 있다. 우리카드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김광국 덕이다. 김광국은 세트당 세트(토스) 11.2개로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이 부문 1위(11.3개) 한국전력 강민웅(32)하고는 문자 그대로 소수점 하나 차이다.

 16일 우리카드가 연습장으로 쓰는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김광국은 “사실 2014∼2015 시즌이 끝나고 다른 길을 알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국은 아버지(김형태 경남과기대 배구부 감독)에게도 은퇴 결심을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반대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도 된다’고 하시더라. 그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프로에 와서 플레이오프도 한 번 못 나가고 유니폼을 벗는 거다. 그게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어 계속 배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배구도 그저 잘하기로 마음을 먹는다고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우리카드는 지난 오프시즌 동안 김광국에게 심리 치료를 받게 했다. 발전이 더딘 게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경훈 코치(44)를 붙여 일대일로 김광국을 지도하게 했다. 김광국은 “김 코치님과 함께 오전, 오후, 야간 연습으로 나눠서 공이 오기 전에 손을 들고 있는 시간, 공 잡는(세트하는) 위치, 세트 타이밍까지 폼을 하나하나 바꿨다. 폼을 바꾸려면 반복 연습밖에 답이 없기 때문에 정말 공을 받고 또 받았다. 그게 올 시즌 달라진 제일 큰 이유인 것 같다. 김 코치님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자신을 향한 야유가 환호로 바뀌었지만 김광국은 달라진 처지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세터는 눈에 띄면 별로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좋은 세터가 아니다. 묵묵히 꾸준하게 잘해야 하는데 맨날 못하다가 요새 가끔씩 잘해서 티가 난다”며 웃었다.

 김광국은 확 달라진 팀 분위기도 전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매번 지다 보니까 팀에 희망이라는 게 아예 없었어요. 올 시즌에는 한번 져도 다음에 이기고 하니까 선수들 사이에 계속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꼭 플레이오프라는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정말 간절합니다.” 그는 또 “대외적으로는 최홍석(29)이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박상하(31) 형이 비선 실세다. 상하 형이 최순실이다”라며 웃었다. 그만큼 선수들이 즐겁게 똘똘 뭉쳐 있다는 뜻이었다.

 김광국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성균관대 시절 절친한 후배였던 서재덕(28·한국전력) 얘기를 꺼냈다. “지난해 내가 부진하자 재덕이가 안타까워하며 잘하라는 의미로 운동화를 사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약속을 다섯 달째 지키지 않고 있네요. 그 신발 신고 한국전력을 상대로 너무 잘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선의의 경쟁 아닌가요. 재덕아 빨리 약속 지켜(웃음).”
 
인천=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광국#우리카드#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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